안녕하세요. 방덕입니다.
드디어 네번째 에피소드입니다. 지난 3편까지 인디언클럽, 페르시아 고대운동 주르카네에 대해 다루었습니다. 이번 이야기는 인디언클럽 탄생에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준 인도 아카라에 대한 이야기 입니다. [고대운동 이야기] 시리즈는 한편한편 상당한 시간이 소요됩니다. 연재되는 속도가 느리더라도 양해 부탁드립니다.
가다와 하누만
십 수년 전 구글 맵 핀꼽는 알바라는 짤로 돌았던 사진이다. 이미 필자의 블로그를 여러번 방문한 사람들은 알겠지만 사진 속 사람이 들고 있는 도구는 메이스벨, 힌디어로 가다गदा Gada라고 부른다. 필자도 이짤이 유행할때는 고대운동 메이스벨 운동을 몰랐다. 이후 호기심이 생겨서 직접 인도에 가보니 이들이 굳이 많고 많은 도구 중에 가다(메이스벨)를 휘두르는데에는 다 이유가 있더라.
전세계인이 알고 있다고 해도 무방한 만화 <드래곤볼>은 중국 명나라때 지어진 소설 <서유기>를 모티브로 한다. 또한 서유기는 수 많은 만화, 애니메이션, 영화로 각색되어 서유기라고 검색하면 우리나라만해도 이렇게 많은 작품들이 검색된다. 그만큼 원작 서유기 자체가 많은 사랑을 받아온 작품이란 뜻이다.
인도에는 서유기 만큼이나 사랑받는 문학작품이 있다. 여기에는 원숭이 장군 하누만이 등장한다. 여의봉을 휘두르는 서유기 손오공처럼 가다를 휘두르고 몸의 크기를 크게도 만들고 작게도 만들 수 있다. 이 문학 작품의 이름은 <라마야나>로 놀랍게도 기원전 3세기 경 작품이다. 그렇다. 라마야나에 등장하는 하누만이 서유기의 손오공의 원형 모델이다.
라마야나
라마야나는 ‘라마의 여정’이라는 뜻이다. 주인공 라마의 탄생에서 죽음까지 4만 8000개의 운문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저자는 발미 Vālmīki로 알려져있다. 북인도의 바이블이라 불릴 정도로 널리 영향을 미쳐왔는데, 이 작품은 인도의 종교 문학 중 최고봉으로 평가받는다.
라마의 여정에는 하누만이 항상 함께한다. 삼장법사의 여정에 합류한 손오공처럼 말이다.
이 스토리의 하이라이트는 이렇다. 라마와 원숭이 군대 일행이 쓰러지자 하누만Hanuman은 곰의 신 잠바반타Jambavanta가 알려준대로 리샤바산을 찾아간다. 잠바반타가 말하길 “꼭대기가 황금으로된 간디마다나라 불리는 봉우리가 있고 그곳에 약초가 있으니 캐와야한다.’ 고 말한다. 하누만은 리샤바산에 도착해서 황금 봉우리를 발견하긴 했으나 약초가 보이지 않아 급한 마음에 몸을 크게 만들어 산봉우리째 들고 날아서 돌아왔다. 한 손에는 가다를 쥐고.
그렇게 위기에서 구사일생한 라마는 하누만을 꼭 안아주었다고 한다. 그리고 하누만은 그것으로 만족했다고 한다.
하누만은 충성, 의리, 정직, 신뢰, 정의를 상징하는 신이 되었고 인도신화에 등장하는 수많은 신들 중 인도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가 되었다. 가다는 그런 하누만의 신성한 힘을 상징한다. 그래서 아카라에서 운동하는 현지 레슬러들은 고대운동을 하러 들어가기전에 하누만을 향한 세레모니를 한다.
인도 전통 고대운동 체육관 아카라Akhara는 바로 하누만 사원안에 있다. 특히 북인도의 바라나시에 밀집되어 있으며 낮은 문을 들어가면 사원 안에 아카라 체육관이 함께 있다. 필자는 40여개의 아카라를 탐방하였는데 실제로 원숭이가 살 수있는 큰 나무와 원숭이들이 있는 아카라가 많으며 비마가 하누만을 안아주는 그림을 종종 볼 수 있다.
마하바라타
하누만이 등장하는 문학은 한가지 더 있다. 저작년대는 라마야나보다 더 오래되었으나 힌두 신화의 세계관을 함께 공유한다. 마치 마블 세계관처럼 이어진다.
인도 문학작품 <마하바라타>는 ‘바라타족의 위대한 탄생’ 이라는 뜻이다. 인도인들은 현재까지도 자신의 땅을 바라타 왕국으로 칭할 정도이니 이 문학작품이 인도 문화 전반을 이해하는데 있어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분량이 압도적이긴 하지만 궁금하면 꼭 한번 읽어보시라. 20만개가 넘는 운문인데 이는 일리야드와 오딧세이의 약 10배 분량이다.
BC 9세기경 브야사Vyasa에 의해 지어진 마하바라타의 이야기속 배경은 기원전 14~10세기 사이다. 마하바라타와 라마야나 두 문학작품 모두 지난 편에서 설명한 페르시아 문학 <샤나메 서사시>처럼 역사적 사실 이전의 신화를 바탕으로 한다.
세계 각 나라 어느 문명이든 고유의 신화를 담은 문학작품이있다. 필자는 이러한 신화들이 인류 문명이 발전하는데에 결정적이 었던 요소들을 신화적, 서사적 구조로 풀어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굉장히 흥미롭게 보는 편이다. 예를 들어 인간에게 불을 가져다준 프로메테우스나 의술의 신 아스클레오피스 이야기처럼 역사적으로 인류에게 큰 전환점이 될 수 있는 발견을 그저 재미있게 풀어냈을 뿐이다. 여러 신화에 등장하는 방망이도 사실 인류에게 그만큼이나 인류에게 중요한 전환점을 준 도구다.(방덕피셜)
마하바라타, 라마야나 이야기 속 영웅들은 가다를 주 무기로 사용한다. 고대운동에 사용하는 그 가다도 원래 무기였다!
특히 주목할 만한 캐릭터는 앞서 언급한 원숭이 장군 하누만과 마하바라타에 등장하는 ‘비마’라는 영웅이다. 비마는 하누만의 이복 동생으로 이들의 아버지는 바람의 신 ‘바유’다. 비마은 힘의 신 하누만의 이복 동생답게 괴력의 소유자로 등장하며 메이스벨을 휘두른다.
마하바라타 작중에는 비마와 자라산다가 대결하는 장면이 있는데 이 결투 전에 자라산다가 아카라에서 훈련했다는 내용이 등장한다. 아카라는 아카데미의 원형으로 당시 전쟁을 위한 체력훈련은 물론 모든 교육이 행해지는 말그대로 아카데미였다. 그리고 기원전 3000년 경의 실제 자라산다 아카라 터로 추정되는 유적이 인도에 있다. 믿거나 말거나.
마하바라타의 하이라이트는 비마가 속한 판다바 5형제와 카라우바 100형제의 전쟁이다. 이때 비마가 100형제 중 장남 드료다나와 가다를 들고 결투를 벌이는 장면이 등장한다. 결투 중에 도저히 결판이 나지 않자 비마는 금기를 어기고 드료다나의 하체를 공격한다. 이로 인해 결투에서 이긴 동시에 전쟁에서도 최종 승리하게 되었지만 비마는 금기를 어겼다는 이유로 파문당한다. 냉정한 승부의 세계에 하체공격이 무슨 상관이겠냐만은 많은 문학 작품을 보면 고대의 전쟁은 신들이 관여하는 신성한 전쟁이자 그들만의 룰과 규칙이있는 낭만의 세계였다.
가다 또한 신이 휘두르는 신성한 도구를 상징한 만큼 현재까지도 아카라 체육관에서 들어올리기전 일종의 의식이 있고 가다의 위치에 따라 다양한 의미가 부여된다.가다가 그만큼 신성한 도구가 되는 이유는 하필 원숭이가 가다를 휘두르고 그 원숭이가 신격화 되었다는 이야기를 통해 추측해 볼 수 있다.
원숭이는 사실 가다와 같은 방망이류를 휘두를 수 없다. 그 이유는 손가락 비율과 손바닥 관절 구조 때문인데 자세한 내용은 이전에 쓴 칼럼의 후반부 내용을 참고하자.(아래)
[클럽벨리즘] ep1. 클럽벨은 실패작이다
https://blog.somaandbody.com/column/%ed%81%b4%eb%9f%bd%eb%b2%a8%eb%a6%ac%ec%a6%98-ep1-%ed%81%b4%eb%9f%bd%eb%b2%a8%ec%9d%80-%ec%8b%a4%ed%8c%a8%ec%9e%91%ec%9d%b4%eb%8b%a4/
아직 원숭이와 생존을 경쟁하던 인류의 조상이 방망이를 쥐고 휘두른 순간을 전환점으로 결국엔 생태계의 정점에 섰다. 필자는 라마야나에 등장하는 하누만의 이야기를 이렇게 해석한다. 인류가 생식하고 번성하도록 도와준 상징적 도구인 방망이의 발견을 마치 신이 아직 원숭이였던 하누만에게 가다를 선물해서 이상적인 신성과 인격을 가진 인간이 되는 존재가 되는 과정으로 그려낸 것이다. 라고.
그래서 인간의 생식기가 있는 하체를 공격하지말라는 율법이 가다와 함께 했고 고대 시대에 전쟁 영웅을 파문시킬 정도의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본다.
케랄라 지역에 위치한 한 사원에는 당시 비마의 그 가다라고 여겨지는 철퇴가 전시되어 있다. 이 또한 믿거나 말거나.
그래서 여기까지 한 인도 신화 이야기가 흥미로운건 알겠는데 도대체 고대 운동과 무슨 상관이냐 물으신다면.
아카라 그리고 말라–유다
말라는 마하바라타에 등장하는 비마가 정복했던 말라국을 칭하는 고유명사다. 말라–유다는 이 말라국에서 유래했을것으로 추정된다. 13세기 텍스트 ‘말라 푸라나Malla Purana’에서는 말라–유다를 네가지 범주로 나눈다.
놀랍게도 말라유다의 네가지 범주는 모두 위에서 설명한 라마야나와 마하바라타에 등장하는 영웅들의 이름이다. 하누만, 비마, 자라산다, 잠바반타까지. 이정도면 인도 아카라 문화는 고대 인도 문학에 뿌리를 두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페르시아 주르카네와 샤나메서사이의 관계처럼(고대운동 이야기2,3편 참고) 고대 운동은 단순히 운동학적 범주에만 두고 해석하기엔 그 가치를 온전히 알아차릴 수가 없다. 물론 운동학적으로만 봐도 매우 훌륭하지만 말이다.가다(메이스벨)로 힘을 기르는 훈련은 Bhimaseni(비마)에 속한다.
이러한 이야기를 알고 아카라를 탐방하게 되면 더욱 많은 것들이 보인다. 인도 여행, 특히 바라나시에 가게된다면 아카라를 탐방해보라. 인도 바라나시에서 아카라를 찾는 방법은 간단하다.
하누만의 색 주홍색과 원숭이가 살법한 큰 나무가 삐져나온 사원을 찾아 들어가면 하누만 사원인 동시에 아카라인 경우가 많다. 주의 사항은 신성한 영역이라 신발을 벗고 맨발로 들어가야한다는 점. 촬영을 원하면 안에 사람이 있을경우 정중하게 촬영 허가를 받을것.
위 사진은 직접 촬영한 사진이다. 필자가 소마앤바디 인도원정대와 함께 2015년부터 탐방한 아카라들 중 고대운동하는 영상을 찍은 아카라들만 추려도 그 수가 상당하다.
구글맵 핀 꽂는 알바에서 시작해서 여기까지.
멀리도 왔다.
다시 돌아갈 길이 보이지 않는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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