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럽벨리즘] ep1. 클럽벨은 실패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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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럽벨을 시작하다

바야흐로 2013년.
인디언클럽을 이미 다룰 줄 알았지만 본격적으로 방망이질에 두각을 나타낸 것은 이때 시작한 클럽벨 덕분이었다.

당시 이탈리아 직배송으로 샀던 클럽벨

국내 최초의 클럽벨 인스트럭터 였던 이재현 선생님께 수업을 듣고 당시 7kg 클럽벨 한쌍을 배송비 포함 75만원 정도에 구매했었다. 이중 배송비만 35만원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가난한 트레이너 시절이었던지라 비싼 돈주고 구입한 만큼 정말 열심히 연습했었다. 스캇 손논의 모든 영상을 뒤져가며 유료 영상과 매뉴얼도 추가로 구매해가면서까지 정말 열심히 연습했었다. 

당시 연습 영상. 헛첨 투성이지만 처음 휘두르는 15kg, 20kg의 무게감은 정말 짜릿했다.
그와중에 내 클럽벨 연습 영상에 어떤 용자가 댓글을 남겼었다.

당신, 그거 메이스벨로 해보시지?

형편 없는 테크닉이라는 뜻으로 비아냥 거림이었다. 댓글은 지워졌지만 아이디랑 프로필 사진 다 기억하고 있다.  
기분은 나빴지만 호기심은 생겼다. 메이스벨이 도대체 뭔데?

샀노라

20kg 클럽벨도 다루던 시절이었으니까 당연히 필자 스스로 클럽벨을 대한민국에서 손꼽을 정도로 잘한다고 생각했다.(말그대로 클럽벨을 휘두르는 사람 자체가  대한민국에서 손에 꼽았을 정도였으니까)
클럽벨을 국내에서 판매조차 안하던 시절이다보니 인프라가 너무 적었다. 

아무튼 2013년에 그 자신감으로 열심히 49편의 클럽벨 운동법 영상을 촬영해서 올렸다. 한동안 뜻하지 않게 금수저 설이 돌게만든 바로 그 클럽벨 영상들이다. 덕분에 클럽벨 입문자, 예비 전문가분들이 내 영상을 많이 참고했다고 전해진다. 지금은 눈뜨고 보기 힘들정도로 테크닉이 좋지 않으니 절대로 참고하지 말것을 당부한다.

그런데 그런 자신감에도 메이스벨은 정복이 되질 않았다. 왜냐하면 당최 클럽벨 테크닉으로 메이스벨이라는 도구를 다룰 수 있다는 생각자체가 틀려먹었기 때문이다. 그때는 몰랐다. 결국 2015년부터 직접 클럽벨의 기원이 되는 페르시안밀과 메이스벨이 있는 인도, 이란에서 지속적으로 배워온 뒤로 클럽벨과 기존 고대운동의 차이, 각 도구의 장단점 그리고 한계가 명확해졌다.

쪼렙 시절을 지나 어느덧 시간이 흘러 2021년 현재.
대한민국에서 필자만큼이나 다양한 종류의 방망이를 많이 휘둘러보고 지도해본 사람이 있을까 생각해보니 없다.
세계적으로도 흔치 않다. 심지어 클럽벨을 만든 스캇 손논이나 클럽벨 교육으로 유명한 기타 유명 외국 강사들도 나처럼 미쳤다고 인도, 이란을 들락거리지는 않았다. 분명 존경스럽고 대단한 분들이 많은 것이 사실이지만 방망이 하나 만큼은 정말 솔직하게 말해 내가 최고라고 생각하면서 교육에 임하고 있다.    

클럽벨은 실패작이다

이렇게까지 과한 어조로 주장하는 이유는 그만큼 애착이 있기 때문이다. 보통 방망이에 관심을 가져서 시작하기엔 클럽벨이 가장 문턱이 낮다. 하지만 현재의 클럽벨만으로는 그 이면에 숨겨진 놀라운 효과를 체험하기도 어렵고 방망이의 더 깊은 세계에 빠져들기가 어렵다. 

​현재 피트니스 시장에서 목격되는 쇠몽둥이= 클럽벨은 스캇 손논이 고대운동을 모티브로 현대적으로 재탄생시킨 도구이다. 지난 세월을 돌이켜보면 클럽벨 덕분에 관련된 시장이 생기고 전반적으로 피트니스 교육 수준이 높아진 것이 사실이다. 필자 또한 덕분에 고대운동에 입문한 장본인으로서 스캇 손논과 그가 탄생시킨 클럽벨이라는 도구에 경의를 표하는 바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고대운동을 모티브로 만들어졌다고 전해지지만 고대운동을 직접 경험한 사람이 만든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만큼 디테일이 떨어진다. 고대운동과의 실제 연관성은 사실은 떨어진다는 이야기다. 최초에 클럽벨을 보급하던 스캇 손논의 제품도 물론이고 그 뒤에 나온 많은 다른 업체들의 클럽벨들도 모두 마찬가지이다. 물론 다른 고대운동 기구는 가지지 못한, 클럽벨 만이 가진 유니크한 장점도 있다. 하지만 장점은 not today.

오늘은 클럽벨이 가진 치명적인 단점을 설명해보겠다.

구조

포멀이라고 불리는 방망이 손잡이 끝에 달린 볼의 구조가 랙포지션 스탠딩 그립에 엄청난 효율을 가져온다는 것은 많은 유저들도, 지도자들도 모른다. 왜냐하면 당연하게도 페르시안밀을 대부분 안해봤으니까. 이란 정통 페르시안밀 장인들은 대를 이어 방망이를 만드는데 최소 수백년간의 데이터가 쌓이고 전수되어 온 결과 가장 오랫동안 페르시안밀을 휘두를 수 있도록 효율적인 그립을 위한 손잡이와 볼 구조를 만들어왔다. 

보시다시피 새끼손가락으로 평평한 볼 밑둥을 받쳐들면 손목의 굽힘없이도 방망이를 시연자의 무게중심 가까이 둘 수 있다. 그러면 팔꿈치의 위치가 몸통 보다 약간 뒤에 위치하고 각도는 100도 정도 나온다. 이렇게 무게중심 가까이 페르시안밀을 두고 세워야 모멘트암이 작아져서 팔에 불편한 긴장이 사라진다. 덕분에 페르시안밀을 각각 한번씩 휘두를때마다 나머지 한개의 페르시안밀을 지탱하는 팔은 사실 쉬고 있는 것이다.

클럽벨은 이러한 볼 구조가 반영되어 있지 않아서 페르시안밀과 같은 그립을 하려고 하면 손목이 꺽인 채로 클럽벨을 들어야한다. 손목의 부담을 덜기위해 팔꿈치 각을 90도로 유지하면 전완이 불타오른다. 싱글 클럽벨 운동은 템포를 빠르게 가져가서 랙포지션이 그저 스쳐지나가듯이 나올 수 있다지만, 한손은 번갈아 동작을 멈춰주어야하는 얼터네이트 더블 운동에는 쥐약이다. 전완이 쉽게 피로해져서 페르시안밀 처럼 장시간 고반복을 할 수 가없다. 더블 운동 기준, 페르시안밀은 동일 무게로 10분을 여유있게 할 수 있다면 클럽벨은 1분만 지나면 그냥 내다 던지고 싶어진다. 

등 뒤로 넘겨서 앞으로 가져오는 동작을 할때에도 페르시안밀은 네번째 손가락만 볼에 잘 걸쳐서 끌어오면 손잡이 전체를 꽉 쥐지 않고도 쉽게 앞으로 가져올 수 있다. 클럽벨은 방망이를 떨어뜨리지 않기 위해 전체적으로 꽉 쥐어야만 한다. 등 뒤에서도 악력의 효율이 차이가 난다. 

​페르시안밀의 메인운동은 더불 운동이지만 클럽벨은 메인운동이 싱글 운동이 된 주된 이유가 바로 볼 구조 때문이다. 또한 보행과 쿼터 스쿼트의 고반복으로 체화를 목적으로 하는 고대운동 페르시안밀과 달리 현재 클럽벨은 저반복 스트렝스 훈련 도구로 인식되어 버렸다. 스캇 손논이 쏘아올린 작은 볼 구조 하나가 방망이질의 판도를 이렇게 바꿔놓았다.

손잡이 굵기

클럽벨은 무거워질 수록 핸들이 너무 두껍다. 그래서 고중량으로 싱글, 더블 운동하기 너무 어렵다. (투핸드는 상관없음) 영상에서 필자가 휘두르는 20kg 클럽벨의 손잡이 두께가 상당해서 아직 체력이 남아있어도 전완이 먼저 털려서 반복을 더 이상 못한다. 테크닉으로는 더이상 극복하지 못하는 클럽벨 구조적 문제이고, 더 잘하고 싶다면 따로 악력훈련을 더 해야만하는 또다른 미션이 주어지게 된다. 이는 도전정신을 자극하고 전완의 펌핑감을 줘서 그리 오래 휘두르지 않아도 엄청난 정신 승리를 가져다 준다. 

하지만 방망이 운동을 깊이있게 해본 결과, 방망이가 가져다주는 가장 큰 매력은 악력이 좋아지는 것이 아니다. 그립 디테일이 더 개발되고 효율이 늘어날 수록 클럽벨이 가져다주는 이점이 훨씬 더 늘어난다. 한 단어로 요약하면 손의 움직임 조절력이다. 손잡이 굵기가 늘어나서 악력에 너무 집중이 되면 당연히 손가락 그립의 움직임의 조절보다는 단순히 움켜쥐는 힘에 집중될 수 밖에 없다. 물론 악력이 좋아지면 좋은거 아니냐고 반문할 수 있겠지만 클럽벨 보다도 악력을 기르기 좋은 수단은 널렸다고 봐도 무방하다. 굳이 클럽벨로 악력훈련을 할 이유가 없다. 

방망이는 인간만 휘두를 수 있다

방망이는 인류의 가장 숭고한 직립보행과 궤를 같이하는 원형적 움직임이다. 보통 우리가 가진 몸의 기관은 여러단계를 거쳐서 뇌에 신호를 보낸다. 하지만 뇌에 다이렉트로 메세지를 전달하는 딱 세가지 기관이 있는데  뇌와 가까운 얼굴, 땅을 지지하는 발 그리고 손이다.

악력이 인간의 몇배는 되는 침팬지, 오랑우탄과 같은 영장류 동물들은 인간처럼 방망이를 휘두르는게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아는가?
재미있는 실험이 있다. 

침팬지는 망치질을 할 수 있을까?

침팬지는 망치질을 할 수 없다. 엄지손가락과 집게손가락으로 단단하게 못을 잡고 있지도 못하고, 망치의 끝으로 못의 머리를 정확하게 힘을 가해 내려치지 못한다. 그 이유가 뭘까?

침팬지가 가진 엄지손가락와 검지손가락의 비율 차이때문이다. 사람은 10:6 정도의 비율을 보이는 반면 영장류는 평균 10:4정도의 비율 차를 보인다. 이 짧은 엄지 손가락 때문에 휘두르는 타격이 정밀하게 조절이 안되고 타격이 이루어지는 끝점에 도달하기 전에 망치 손잡이를 놓쳐버리게 된다. 

두번째 이유는 CarpoMetaCarpal joint 손목손허리관절이라 불리는 녀석의 기능이다. 손의 CMC 관절은 손바닥을 오목하게 변형시켜 원통형 기둥을 손바닥에 꼭 맞게 접촉시킬 수 있다. 이 기능은 침팬지에겐 없다.

인간에게는 너나도 당연하고 도쉬운 이 동작. 컵을 세로로 잡는 것을 못해서 침팬지는 이렇게 아래로 받쳐든다.
실험의 결론은 침팬지는 사람을 찢어 죽일 악력은 가지고 있지만 방망이로 사람을 때려죽이지는 못한다는 의미이다. 

인간만 휘두를 수 있다

그렇다면 침팬지는 방망이가 아니라면 다른걸 휘두를 수 있지 않을까?
방망이 휘두르기와 던지기는 같은 움직임 메카니즘을 가진다. 휘두르던 물체를 적절한 타이밍에 릴리즈하면 던지기가 된다.
또 다른 재미있는 실험이 있다. 

공 던지기 실험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온다. 사람은 시속160키로에 육박하는 강속구를 던질 수 있지만 침팬지는 빨라봤자 시속 30키로 정도나온다. 팔을 휘둘러 던져지는 공의 구속은 섬세한 움직임 조절력에서 온다. 근력이 아니라. 이 조절이라는 것을 통해 몸의 움직임을 통제하는 소프트웨어 체계는 뇌에서 보내는 전기신호를 통해 이루어진다. 이것을 기능이라한다. 인간의 근력은 동물들에 비해 보잘 것 없고 강한 이빨과 발톱도 없었지만 생태계의 정점에 섰다. 기능으로는 생태계의 정점에 있기 때문이다.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를 보면 뼈 방망이를 든 부족이 다른 부족을 이기고 살아남아 인류가 된다. 이 장면이 상징하는 바는 매우 크다. 단순히 무기를 들어서 혹은 힘이 세서 이기고 살아남은 것이 아니다.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 by 스탠리 큐브릭

여기까지가 필자가 감히 클럽벨을 실패작이라 말하는 이유이며 고대운동을 만난 뒤로 클럽벨을 굳이 수련하지 않았던 이유다. 클럽벨이 가진 가능성에 애착은 많지만 아쉽게도 아직까지 손에 착 감기는 그런, 마음에 드는 클럽벨이 없다.

to be continued…


Mary W. Marzke t&Kathryn L. Wullstein, Chimpanzee and Human Grips: A New Classification with a Focus on Evolutionary Morphology,1995
​Robert Marzke&Mary Marzke, Evolution of the human hand: Approaches to acquiring, analysing and interpreting the anatomical evidence, 2000
Neil T. Roach , Elastic energy storage in the shoulder and the evolution of high-speed throwing in Homo,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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