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5 인도 고대운동 비급서 : 말라 푸라나 [고대운동 이야기]

메이스

‘5세기 간다란 가다’, 로마 국립 동양 미술관, No: 3956/3. 큐레이터가 찍은 사진.

메이스. 즉, 철퇴는 사실 인도, 페르시아 뿐만 아니라 어느 문화권에서 가도 발견되는 유물이다. 이전에도 다른 글을 통해 누누히 밝혔듯이 방망이는 인류원형적적 움직임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인류원형적 움직임이라는 범주에서 철퇴와 맥락을 함께 하는이들이 있는데 바로 레슬링(씨름)과 스톤 리프팅이다.

우리나라도 예로부터 철퇴의 민족이자 씨름을 사랑하는 민족이요, 들돌 들기를 즐기던 민족이었다. 우리나라 뿐 아니라 어느 나라든 비슷한 기록과 유물이 남아있을 수밖에 없다. 인종, 민족, 문화를 넘어 모두가 한 인류이기 때문이다.

고대 이집트의 메이스.

이집트의 강한 햇빛으로부터 왕의 눈을 보호하기 위한 화장품을 만드는 데 쓰였다는 나르메르 파렛트(Narmer Palette)에 새겨진 그림에 왕이 메이스를 들고 있는 모습이 나온다. 그리고 당시 석재 메이스가 이집트에서 발견되기도 한다.

전편에서는 아마 많이들 몰랐을 페르시아, 인도 문학을 예로들며 필자가 고대운동 관련 이야기를 서술했지만, 사실 이미 우리가 보편적으로 잘 알고있는 히브리, 헬라 문학에도 방망이 휘두르기와 레슬링(씨름)의 요소가 등장한다. 그래서 거시적 관점에서 보자면, 고대 시대에 보편적으로 행해진 일련의 인류원형적 행위들을 모두 ‘고대운동’으로 봐도 무방하다.

오늘은 이 고대운동 전반을 가장 잘 정리해서 설명하고 있는 13세기에 쓰여진 텍스트를 소개하고자 한다.

말라 푸라나 Malla Purana

말라=레슬링 또는 전투, 푸라나=고대 또는 오래된 이야기를 의미한다.

이 비급서는 아카라에서 말라 유다(고대운동) 수련생이 따라야하는 식이 요법, 훈련법, 전투 방법, 삶의 가치관에 이르기까지 총 18개의 장에 걸쳐서 설명한다. 문학 작품을 제외하고는 고대운동을 상세히 기록한 가장 오래된 텍스트라 볼 수 있다. 오랜세월 구전되다가 13세기에 텍스트로 정리된 것으로 추정한다.

말라 유다 Malla Yuddha

말라 푸라나에서는 인도 전통체육관 아카라에서 행해지는 말라 유다를 6가지 유형으로 나눈다. 참고로 페르시아 주르카네 편에서는 7가지로 전투 상황에 맞춰서 고대운동을 설명했었다. (아직 안봤다면 잠시 보고오시라.)

참고) 주르카네 고대운동과 7가지 전투상황

Rangasrama – Kushti

실제 레슬링 및 레슬링 기술을 말한다. 본래 말라 푸라나에 등장하는 Rangasrama 영역에는 테이크 다운, 그라운드 테크닉, 서서 타격 기술과 같은 모든 종류의 격투 기술이 포함되지만 현대 Kushti에는 스포츠화된 레슬링 기술만 남았다. 올림픽 자유형 레슬링과 룰이 상당히 유사하며 발리우드 영화<당갈>에 Kushti의 모습이 잘 그려져 있다.

Pramada – Gada&Jori

Pramada는 가다와 조리를 사용하는 운동 영역이다. 필자의 주력이자 현재 고대운동의 메인이다. 사실 역사적으로 고대운동의 메인은 단연코 레슬링이다. 가다와 조리는 오늘날에도 인도 전역의 아카라에서 사용하고 있는데 특히 바라나시 지역에서는 가다와 조리만을 떼어 컴피티션을 하는 등 리프팅에 더 비중을 두기도 한다.

필자도 바라나시에서 열리는 가다 컴피티션 대회에도 출전해보고 무려 상도 받았다. 소마앤바디 인도 원정대 영상을 잠시 감상해보자.

Gonitaka – Rumali, Nal, Sumtola

돌에 안쪽을 깍아서 손잡이를 만드는 날, 섬톨라, 루말리(인디언 덤벨)를 활용한 운동법을 Gonitaka라고 한다. 큰 돌반지 형태인 날을 활용한 운동법은 케틀벨 운동법과 유사하며 필자는 한 아카라에서 200kg에 달하는 날을 보기도 했다. 원형 돌기둥에 순잡이를 만드는 섬톨라는 한때 기능성 트레이닝 도구로 알려진 바이퍼의 원형이다. 현대 레슬러들이 자주하는 덤벨을 휘두르는 운동법도 사실 인도로부터 왔다.

Sthambhasrama – Mallakhamb

Sthambhasrama는 말라캄이라 불리는 긴 조리를 땅에 박아둔 형태의 직립 기둥에서 수행되는 일련의 체조 훈련이다. 현대 폴 댄스의 기원이 되는 이 운동은 기계체조의 기술들과도 유사하다. 고대 인도에서는 레슬링과 체조가 하나의 종합적인 시스템이었다. 현재는 레슬링(Kushti) 전문 아카라와 말라캄 전문 아카라로 나뉘어있다.

체조 또한 방대한 영역이 듯이 말라캄 또한 그렇다. 개인전 단체전 뿐 아니라 행잉 말라캄, 로프 말라캄까지 가짓수도 상당하다.

Kundakavartana – Dand, Bethak

장비를 사용하지 않고 맨몸으로 수행하는 Dand와 Bethak 을 말한다. 피트니스 시장에는 힌두 스쿼트와 힌두 푸쉬업을 으로 알려져있는데 제대로 하는 사람은 드물다. 말라 푸라나에서는 소년기에 아카라에 입문하면 처음에는 다른 것보다 댄드, 베탁 그리고 두개를 연달아하는 댄드베탁만 수년간 반복하도록 조언한다. 체력훈련의 목적보다도 동작이 반복되면서 생기는 리듬을 몸에 익히는 것이 우선시 된다. 무패의 챔피언 루스탐 감마는 하루종일 쉬지 않고 베탁을 했다고 전해진다.

Uhapohasrama ​

실제 전투에서 쓰이는 전술과 전략에 대한 토론을 의미한다. 현대 아카라에서는 소실 되었다.

말라 푸라나에서 말하길 수련생이 이러한 6가지 방법으로 실제 아카라에서 레슬링 기술을 훈련하고 경쟁을 했다고 전해진다. 아카라는 신선한 공기와 햇살이 어우러진 공터에 있어야하며 수련생들은 아카라 중에서도 특히 레슬링 경기장은 특별 관리한다. 직접 황토, 버터 밀크, 기름과 같은 다양한 첨가물을 흙에 섞어서 항상 흙의 질을 부드럽게 유지한다. 3일에 한 번씩 물을 뿌리기도 한다. 아카라는 그냥 흙 바닥처럼 보여도 이렇게 까다롭게 관리될 정도로 특별하게 여겨지는 공간이다. 아카라는 실외이지만 마치 실내처럼 여겨진다. 입장 전에도 예를 표하고 맨발로 입장해야하고 절대로 수련 중 침을 뱉어서도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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