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의 근원을 찾아서] 페르시아 고대운동 (1)방망이 연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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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의 근원을 찾아서
제 1장 페르시아 고대운동
(1)방망이 연대기

방망이를 집어들다.

인류는 강한 이빨도, 발톱도 없었다.
하지만 인류는 살아남았고 결국 생태계의 정점이 되었다.

 
 생육하고 번성하여 땅을 가득 채우고 땅을 정복하여라. 바다의 물고기와 하늘의 날짐승과 땅에서 움직이는 모든 생물을 다스려라.
―창세기 1:28-
무기를 만들 수 있을 만한 지능이 없을 당시의 인류가 맹수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처음으로 집어든 무기는 주변에 굴러다니는 나무 막대, 동물의 뼈, 짱돌이었으리라. 
누군가를 때리고 싶다면 그립감이 가장 좋은 것을 집어드는게 본능이다. 다들 어릴때 싸우다가 옆에 빗자루라도 있으면 본능적으로 손에 쥐고 때리게 되는 것 즈음은 다 경험해 보지 않았던가.
창세기에서 가인도 아벨을 죽일때 본능적으로 뭔가 들어서 쳐죽였다.(대부분 성경학자들은 짱돌로 해석한다.) 
저항의 시작
뼈다귀 방망이의 위력은 영화 ‘황해’에서 확인하시라.

방망이와 돌은 가장 날것 그대로의 원초적 도구이다. 
도구를 잡고있는 손은 뇌의 명령을 수행하는 기관이자 뇌에 가장 많은 정보를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휘두르고, 던지는 등의 간단한 활동을 찰나의 순간에도 도구를 잡고 있는 손에서 오는 감각 피드백을 빠르게 뇌로 전달하고 다시 운동신호를 보내는 사이클을 반복한다.

도구가 원초적이라는 것은 아직 최적화 작업을 거치지 않은 비효율적인 도구라는 뜻이다. 결국 아직 원초적 형태를 유지하는 비효율적인 도구를 다루기 위해서는 인간의 움직임이 최적화 되어야만 한다.  
방망이를 집어들고 저항을 시작했던 인간의 움직임은 최적화 작업을 거치면서 뇌와 움직임간의 신경연결고리는 더욱 강해졌으며 뇌는 더 똑똑해 질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인류는 힘을 키웠고 지구를 지배하게 되었다.
 

방망이를 쥐는 그립. 그립의 섬세한 조절은 뇌의 섬세한 조절을 의미한다.

손은 바깥으로 드러난 또 하나의 두뇌다. 
-칸트-

 
호모 파베르(homo faber)’는 인간을 표현하는 명칭 중에서도 특별히 ‘도구를 사용하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인간은 있는 도구를 그대로 사용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유,무형의 도구를 만들어 냈고 이는 자신을 더 강하게 만들었다.
인류는 여러가지 도구를 활용해 사냥을 했고 맹수로 부터 자신들을 지켰으며 이후로는 개인간, 부족간, 나라간 전투를 해왔다.
 

페르시아 고대운동
기원전 500년경 고대 페르시아 제국의 고레스왕은 자신의 군대가 더 무거운 무기로 훈련하도록 지시했고 그 군대는 페르시아 불멸의 부대 ‘암카타’로 명성을 떨쳤다. 
이란에서는 이것이 ‘힘의 집’이라고 불리는 페르시아 전통 체육관 ‘주르카네(Zurkhaneh, زورخانه)’ 에서 행해지는 페르시아 고대운동의 기원이라 주장한다.
고대운동은 페르시아어로 ‘바르제쉬에 바스타니(varzeš-e bāstnī ورزش باستانی)’ or ‘바르제쉬에 파흘라바니’ 라고 불리며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있다. 
[youtube]https://youtu.be/fNQxyQ6t5rg[/youtube]
여기서 재미있는 사실은 메인운동 동작 이름이 ‘기리(giri گیری)’인데  이란 사람들은 일상에서 ‘집어들다’라는 의미로 사용한다.
최초의 인류가 맹수로 부터, 적으로 부터의 발휘된 저항정신의 DNA가 오스만 투르크 지배당시 페르시아 전사들의 저항정신으로 그대로 이어져 똑같이 방망이를 집어들었다.
[youtube]https://youtu.be/N8o25nlTqCE[/youtube]
참고로 한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케틀벨의 러시아 말 ‘기르 Girya гиря’ 어원이 페르시아어 ‘기리 giri گیری” 의 어원과 같은 ‘Giran’ 이다. 
지금은 러시아를 통해 케틀벨 리프팅 문화가 창궐했지만 사실 케틀벨의 진짜 본고장은 페르시아다. 
기원전 6세기 이전부터 페르시아 전사들은 스트렝스를 키울 목적으로 케틀벨을 집어들었다.
 
고대 페르시아의 케틀벨

19세기말 페르시아의 케틀벨(1935년에 이란으로 국명을 바꿨다.)

돌로된 케틀벨의 형태와 유사한 운동기구는 사실 페르시아 문화권 말고도 다른 곳에서도 많이 발견이 된다. 하지만 19세기말 철제 케틀벨을 가지고 있는 페르시아 레슬러들을 보았을때 현재 러시아를 통해 전세계로 뻗어나간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바로 그 케틀벨과 직접적으로 연관이 있는 것은 단연 페르시아였음을 추측할 수 있다. 
결국 페르시아로 통한다.
또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방망이를 휘두르는 움직임 패턴과 케틀벨을 들어올리는 움직임 패턴이 같다는 것이다.(추후 이어질 칼럼에서 설명) 
특히 움직임 관련 용어 일수록 행하고자하는 의도가 담겨있기 마련이다.
고대시대 언어는 더 그렇다. 당시 쓰인 용어와 붙여진 이름에는 각각 담겨진 고유한 뜻과 서사가 묻어있다. 
방망이를 휘두르는 동작을 ‘기리’라고 부른 사람들과 케틀벨에 ‘기르’라고 부른 사람들이 동일한 고대 페르시아 사람들이라면 동일한 의도를 기반하여 이름을 붙였기에 각각을 행하는 움직임 패턴도 같을 수 밖에 없다.

명확한 의도가 움직임/패턴을 결정한다.
-모쉐 펠덴크라이스-

케틀벨을 잘하는 사람이라면 방망이 휘두르기를 잘 할 수밖에 없고 방망이 휘두르기를 잘하는 사람이라면 케틀벨을 잘 할 수 밖에 없는 이치다.

[youtube]https://youtu.be/4Obp2j9tyLk[/youtube]

1960년대 이란의 전설적인 스트롱맨 Khalil Oghab 의 영상을 보면 케틀벨로 시범을 보이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영상 후반부에는 상당히 무거운 페르시안밀로 저글링을 하는 장면도 나오는다. (아무리 다시 봐도 저정도 무게를 저글링한다는 것은 반칙이다.) 

 다시 방망이 이야기로 돌아와서…

존재의 이유
 
고대 페르시아 전사들이 방망이 운동을 했던 첫번째 이유는 역시나 ‘전투’다. 당시 운동의 개념은 전투와 생존을 위한 수단이지 오늘날의 피트니스, 식스팩, 다이어트, 힙업, 어깨깡패 따위의 개념이 없었다. 전사가 되기 위해 훈련하고 보니 어느날 몸이 전사가 되어있을 뿐. 오늘날 처럼 미디어에 등장하는 전사와 같은 몸을 만들기위해 운동하지 않았다.   
주르카네에서 사용되는 운동기구들은 모두 실제 전투에서 사용되는 무기들을 형상화한 것들이다. 
본래 보다 무거운 무기를 능숙하게 잘 다루어서 실제 전투를 보다 잘 치르는 것. 이것이 페르시아 고대운동은 물론 모든 문화권에서 방망이를 휘둘렀던 첫 번째 이유다.
특히 나무 방망이인 페르시안밀은 방망이 중 가장 무겁고 살상 능력이 높은 쇠방망이 메이스를 잘 다루기 위한 도구였다. 
 

메이스벨(좌) , 아미르 칸 주연의 인도 영화 ‘당갈’의 한장면(우)
[youtube]https://youtu.be/GSbed6C4coM[/youtube]
인도 메이스벨 스윙 영상
인도는 메이스를 잘 다루기위해 메이스 원형(原形)을 그대로 유지한채 무게추의 무게만 늘린 도구인 메이스벨을 아직까지도 휘두른다. 페르시안밀과 유사한 조리라는 형태의 운동기구도 있다.
뜬금없이 갑자기 왜 인도가 튀어나오냐 반문할 수 있겠지만 앞서말한 페르시아 고대운동과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다.
사실 이란과 인도는 원래 한 민족으로 언어분류 상으로 인도-이란어라고 부른다. 인도-이란인들은 원래 한 언어를 사용하는 민족이었으나 기원전 2000년경 부터 한갈래는 인도로, 다른 한갈래는 이란으로 들어가 정착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스스로를 ‘아리아인’이라고 불렀으며 이 단어는 아주 오래된 인도-유럽어 아르야(arya-)를 어근으로 하는데 ‘우주의 질서에 맞게 정렬하다’라는 의미이다. 한쪽은 ‘아리아’정신을 가장 잘 구현한 ‘요가’를 낳았고 한쪽은 ‘아리아인의 땅’을 의미하는 국명 오늘의 ‘이란’이 되었다. 

페르시아의 레슬링
인도의 레슬링
이란의 고대운동 체육관 주르카네, 인도의 고대운동 체육관 아카라 모두 실제 전투를 위한 방망이를 휘두르는 체력단련 시스템을 가진 동시에 레슬링을 하는 곳이다. 
인도, 이란에서 직접 고대운동을 배워왔을 당시 같은 형태의 맨몸운동(스쿼트, 푸쉬업 등), 같은 형태의 도구사용, 같은 형태의 레슬링 관련 용어들을 직접 눈과 귀로 목격했다. 예를들어 이란에서는 레슬링을 Koshti 혹은 Pahlavani라고 부르는데 인도에서도 레슬링을 이와 거의 비슷한 발음과 표기를 가진 Kushti 혹은 Pehlwani 라고 부른다. 오랜시간이 흘러 양국간의 말과 글이 전혀 달라져버린 지금까지도 이 분야 만큼은 같은 용어를 쓴다는 것을 미루어 볼 때 아리안족이 기원전 2000년 경 인도와 이란으로 갈라지기 전부터 이미 레슬링을 포함한 고대운동을 했다고 볼 수 있다. 

 
이란의 Koshti

예를들어 이란에서는 레슬링을 koshti 혹은 Pahlavani라고 부르는데 인도에서도 레슬링을 이와 거의 비슷한 발음과 표기를 가진 kushti 혹은 Pehlwani 라고 부른다. 오랜시간이 흘러 양국간의 말과 글이 전혀 달라져버린 지금까지도 이 분야 만큼은 같은 용어를 쓴다는 것을 미루어 볼 때 아리안족이 기원전 2000년 경 인도와 이란으로 갈라지기 전부터 이미 레슬링을 포함한 고대운동을 했다고 볼 수 있다. 

페르시아 고대운동의 존재이유 그 두번째는 바로 ‘레슬링’ 이다.
레슬링은 가장 원초적인 전투 수단이자 레슬링 경기는 가장 대표적인 ‘모의 전투’ 이기 때문이다. 

다음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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