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 글은 펠덴크라이스 ATM 프로그램을 소개하고자 쓰여진 글입니다. 좀더 깊이있는 이해를 위해 펠덴크라이스 ATM 원서 및 번역서도 읽어보시길 추천합니다. ATM 체험은 서울 신촌 힘의집(houseofstrenght.kr)에서 열리는 펠덴크라이스 ATM 모임에 참여해보세요.
불편하게 살고 싶은 사람은 없다. 편하게 살아가는 사람은 드물다. 세상에는 우리를 불편하게 만드는 일들이 너무나 많다. 건강, 사업, 개인적인 가정사부터 타인과의 관계에까지 불편함이 도사린다. 거리를 나가보면 길거리에 쓰레기가 나뒹굴고, 미세먼지로 뿌연 대기가 마음을 답답하게 한다. 계단을 오를 때면 숨이 차다. 어떻게 전화번호를 알았는지 광고 전화가 와서 신경을 갉아먹는다. 그러고보면 세상은 불편함으로 구성되어 있는게 아닌가 착각마저 들게 한다. 우리는 이런 불편함을 편하게 바꾸는 노력을 끊임없이 해왔지만, 문제가 사라지기는 커녕 더 다양해지고 복잡해진다. 이 불편함을 완전히 없앨 수는 없을까? 만약 모든 일을 의도대로 통제할 수 있는 신이라면 아무것도 불편하지 않을 수 있을테지만 무의미한 가정이다.
‘세상’에서 ‘나’로 좁혀보자. 세상은 그렇다쳐도 스스로 만큼은 의도대로 통제할 수 있을까? 잠깐만 생각해보아도 그럴 수 없다는 걸 알 수 있다. 좋지 못한 습관을 알고 있음에도 고치기 어렵다. 우울하거나 무기력한 감정에 빠질 때면 벗어나기 쉽지 않다. 미래에 대한 걱정은 한번 시작하면 멈추기 어렵다. 알 수 없는 이유의 통증을 해소하고자 갖가지 방법을 써보지만 잠시 뿐이다. 움직임은 점차 굳어가고 가벼운 운동에도 쉽게 지친다. 이처럼 자기 자신에 대해서도 의도대로 통제하지 못하는 경우가 너무나 많다. 특정 영역에서는 아예 불가능해보이기까지 한다.
“언제 그대에게 확고한 계획이 있었는지
얼마나 적은 날들만이 그대의 의도대로 지나갔는지
언제 그대가 자신을 마음대로 할 수 있었는지
언제 그대의 얼굴이 자연스런 표정을 지었는지
그토록 긴 세월 동안 그대가 무엇을 이루었는지
얼마나 많은 사람이 그대가 무엇을 잃는지도 모르는 사이 그대의 인생을 빼앗아 갔는지
얼마나 많은 것들을 근거 없는 괴로움과
어리석은 즐거움과 탐욕스런 욕망과 매력적인 교제가 앗아갔으며
그대의 것 중에서 얼마나 적은 것이 남아 있는지
기억을 더듬어 보시오.”
[세네카의 행복론 中 천병희 역, 숲, pp.8~15]
자기 자신이었던 것들이 나이를 먹으며 하나하나 사라져간다. 해맑고 자연스러운 표정, 편안하고 부드러운 움직임, 득실을 따지지 않는 사람에 대한 시선, 현재를 만끽하는 여유. 모두 어린 시절 나의 것이었다. 사람들은 이러한 상실을 나이가 드는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받아들이거나 세상을 헤치고 살아오며 얻은 영광의 상처 또는 불가피한 희생이라 여기며 무엇을 잃었는지조차 망각한다. 자기 안에 자기 것은 지워지고 그 자리를 외부의 것으로 채운다. 그렇게 자기가 무엇인지 외부의 것을 통해 재규정한다. 과연 이러한 삶에 자기 의도는 얼마나 반영되어 있는가?
현대인의 삶은 끊임없이 가속하다가 중력 궤도를 벗어난 부유물 같다. 사람들은 ‘나’와의 연결성이 끊어진 채 자기를 반영하는 ‘이미지’로 사회 속을 부유하고, 사회적 이미지가 투영된 미디어의 범람 속을 이리저리 헤엄친다. 대중 매체 속에 등장하는 아름다움, 행복, 기쁨으로 치장된 사회적 이미지들은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세이렌처럼 사람들을 유혹한다. 사람들은 내면의 목소리에 따라 살아가기보다, 외부로부터 부여된 이상적인 이미지에 홀리고 이를 소유하려 한다. 이러한 삶은 본질적으로 자기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중요하지 않게 한다. ‘나’라는 존재를 더이상 자각하지 못하게 만든다. 연못에 비친 자신의 모습이 자기 자신임을 자각하지 못하고 사랑에 빠지는 나르키소스처럼 말이다. 이렇게 스스로를 자각하지 못한다면 의도대로 살아간다고 할 수 있을까? 스스로를 사랑하더라도 삶을 충실히 살아간다해도 그 안에 내가 없다면, 자기 의도대로 된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자기 의도대로 살아가는데 필요한 것은 표지판이 아니라 나침반이다. ‘명상’과 ‘자각’은 어떻게 살아야하는지, 어디로 가야하는지를 알려주는 표지판이 아니라, 지금 자기가 무엇을 하고 있고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알려주는 나침반이다. 이 책은 표지판에 불과하다. 그저 여행 정보를 제공할 뿐이다. 이 책에서 ‘명상’과 ‘자각’이라는 나침반을 발견하여, ‘나’라를 존재가 갖고 있는 무한한 가능성과 놀라운 잠재력을 찾아 여행을 떠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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