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드스타일 케틀벨 호흡법 츳!츳! 남용은 무용하다.|케틀벨리즘 2편

시작하며

첫 번째 글을 쓰고 난 후 많은 피드백을 받았다. ‘케틀벨을 사랑하는 마음은 모두가 같다’는 말씀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감사하다. 하지만, 나의 ‘주요 논점’들에 대한 비판이 전무해서 아쉬운 마음도 있다. 1편에서도 말했듯 피트니스는 사람들의 몸과 마음을 다루는 분야다. 특히 전문가라면, 특정 개인의 신념과 도그마를 우선해서는 안 된다. ‘교조주의 피트니스’를 할 게 아니라면.

사실 이번 글을 쓰고서 가장 의외였던 점은 하드스타일과 케틀벨 리프팅 간의 차이가 이 정도로 큰 줄 몰랐다는 반응이었다. 심지어 하우스 오브 스트렝스 케틀벨 리프팅 팀원들조차도 글을 읽고서야 알게 됐다는 말이 많았다. 곰곰이 생각하니, 실제 운동법이나 레슨을 할 때는 두 방식을 대립시켜 교육하지 않아서 생긴 일이다. 필자는 케틀벨 리프팅과 하드스타일을 소마앤바디 관점에서 의도 Intention 를 통해 분석하고 통합적으로 교육해왔다. 반면, 케틀벨리즘 시리즈는 두 방식의 차이를 더욱 분명히 하여, 두 방식 사이에서 혼란을 겪는 사람들을 돕고자 한다. 이 점이 기존 칼럼들과 맥을 달리하는 점이다. 이 시리즈가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필자의 경험과 지식을 어떻게 해석하여 활용할지는 본인 몫이다. 건투를 빈다.

호흡법

2편 주제는 케틀벨 운동 시 호흡법이다. 대부분 사람들은 특정 영상에 등장하는 호흡법을 따라 하거나 별생각 없이 호흡한다. 한국은 츳! 츳! 하는 식의 케틀벨 호흡법이 널리 알려져 있다. 이는 하드스타일 호흡법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 호흡법을 맹목적으로 따라 한다. 케틀벨 스윙, 스내치, 겟업, 윈드밀, 프레스. 1~30 reps . 8~48 kg까지 횟수나 중량 무관하게 말이다. 심지어 맨몸 운동, 인디언 클럽, 주짓수를 할 때도 이 호흡법을 활용하는 사람들이 있다. 말이 좋아 활용이지 남용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활용과 남용은 종이 한 장 차이다. 이를 구분하려면, 호흡이 왜 필요한지부터 이해해야 한다. 웨이트 트레이닝을 할 때 호흡은 두 가지 측면에서 필요하다. 첫째는 산소 공급. 두 번째는 복강압 형성이다. 복강압은 몸통 및 척추 전반을 안정화시키는 기능을 한다. 최대한 복강압을 강하게 하면 좋겠지만, 그만큼 산소 공급을 제한하기에 무작정 그럴 수 없다.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산소 공급이 원활할수록 좋지만, 복강압이 필요할 때는 상대적으로 제한될 수밖에 없다.

복강압에 대한 해부학적 사진
복강압

예를 들어, 장거리 달리기 선수들은 산소 공급에 최적화된 호흡법을 구사한다. 규칙적이고 편안하게 호흡한다. 일반적으로 따라 하기 쉬운 호흡법으로 ‘씁씁후후’ 가 있다. 4박자로 씁씁 두 번 마시고 후후 두 번 뱉는다. 구강에 힘을 빼고 편히 숨을 쉰다. 복강압을 강하게 유지하지 않는다. 최대한 이완된 신체로 편안히 달린다. 오래달리기 위한 전략이다. 반면, 역도나 파워리프팅 선수들은 고중량을 다룰 때 산소 공급을 거의 포기하는 호흡법을 구사한다. 숨을 참다시피 하는 발살바 호흡법이 대표적이다. 산소 공급을 제한하고 복강압을 극적으로 높인다. 몸통 전반을 팽팽하게 하여 척추를 보호한다. 단 시간 내의 고중량을 다루기 위한 전략이다.

역도 스내치 사진과 발살바 호흡 해부학적 사진

그렇다면 산소 공급도 복강압도 둘 다 적당히 유지해야 하는 운동을 할 때는 어떤 호흡법이 필요할까? 예를 들어, 복서들은 계속해서 주먹을 날린다. 주먹을 날릴 때마다 몸통을 안정화하기 위한 복압은 물론, 연속적 움직임을 가능케하는 원활한 산소 공급이 필요하다. 그 결과 선수들은 ‘칫칫’ 호흡법을 하게 된다. ‘칫’하는 호흡은 ‘씁씁후후’ 에 비해 산소 공급에는 불리하지만 복강압 형성에는 유리하다. 발살바 호흡법에 비하면, 산소 공급에는 유리하고 복강압 형성에는 불리하다.

케틀벨 운동을 할 때는 어떤 호흡을 해야 할까. 케틀벨 리프터들의 경우, 입모양을 ‘오’ 입 모양으로 ‘후’ 뱉는 호흡법을 구사한다. 산소 공급과 복강압을 적절히 함께 할 수 있는 호흡법이다. 물론, 반복수나 중량에 따라 호흡법이 달라진다. 고중량을 다룰 때는 ‘흡!’ 하고 숨을 참는 발살바 호흡법이 필요할 수 있다. 반대로 케틀벨 스내치를 100회 이상 고반복 할 때는 장거리 달리기하듯 호흡을 하는 경우도 있다. 즉 상황에 맞춰 내가 얼마나 산소가 필요한지, 복강압 강도는 어때야 하는지 계산해야 한다. 호흡법에 상황을 맞추는 게 아니라, 상황에 호흡법을 맞춰야 한다. 즉, 호흡법은 전략적이며 상대적이다. 스펙트럼 속에 형형색색이 존재하듯 호흡법 역시 각양각색으로 구사될 수 있다. 따라서 진정 호흡을 잘하기 위해서는 특정 호흡법을 고정해놓는 게 아니라, 상황 및 나 자신에게 적합하도록 유연하게 변화를 줄 수 있어야 한다.

[youtube]https://youtu.be/Ix7-1iTGj6M[/youtube]

하드스타일 츳!츳! 호흡법은 다루는 중량이나 반복 횟수와 무관하게 맹목적으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 수많은 예가 있지만, 그중 하나만 꼽는다면 케틀벨 스내치 동작이 대표적이다. 위 영상에서처럼 케틀벨이 머리 위에 올라간 시점에서 츳!츳! 강하게 호흡하는 경우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인스타그램 태그 검색 추천) 필자 역시 과거 하드스타일을 배울 때, 코치들이 ‘머리 위로 케틀벨이 올라간 순간 엉덩이와 복부에 힘이 잘 들어가 있고, 츳! 하는 호흡을 하는지’를 확인하던 것을 기억한다. 고백하자면, 필자는 이 아무 쓸모 없는 동작들을 누구보다 잘할 수 있다. 참고로 필자는 10여 개의 하드스타일 레벨 1, 2 테스트를 모두 한 번에 통과했다. 재시험 없이 통과, 몇 명이나 되려나.

이번에는 필자가 시연하는 케틀벨 스내치 영상을 보자. 머리 위로 케틀벨이 올라가는 고정 Fixation 자세에서 긴장을 최소화하고 있다. 복강압 역시 강하게 할 이유가 없다. 역학적 이득이 없기 때문이다. 

케틀벨 스내치 고정 자세 (측면)
Fixation Position

[youtube]https://youtu.be/XcvlSMNN7sE[/youtube]

측면 사진을 보면 케틀벨이 신체 중심선 상에 일치한다. 즉, 케틀벨이 수직적 신체 구조 위에 올려져 있는 형태다. 척추에 부담이 크지 않다. 물론 역도에서처럼 고중량을 다룬다면 이때 강한 복강압이 필요하다. 하지만, 케틀벨은 48kg이 일반적으로 가장 무거운 무게고, 스내치를 할 때는 12~24kg을 주로 사용한다. 강하게 복강압을 유지해야 할 이유가 없는 중량이다.

“칫! 칫! 이것은 입에서 나는 소리가 아니여. 바람을 가르는 소리여.” 영화 목포는 항구에서.
“칫! 칫! 이것은 입에서 나는 소리가 아니여. 바람을 가르는 소리여.” 영화 목포는 항구에서.

굳이 바람을 가르고 싶은 게 아니라면, 쓸데없이 츳! 츳! 하지 말자. 역학적 이득을 줄 수 없는 과도한 복강압은 무용하다. 많은 사람들이 코어를 최대한 단단히 하고 복강압을 강하게 줄수록 좋다고 생각한다. 일종의 다다익선이다. 하지만 진정한 안정성은 동적이고 입체적인 움직임을 조절하는 능력을 말한다. 케틀벨 전문가라면 누구나 아는, FMS 시스템을 만들어낸 그레이 쿡 박사는 그의 저서에서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

“흔히 알려진 안정성 트레이닝 방법은 안정화를 돕는 근육 그룹을 집중적으로 강화시키려 한다. 이러한 방식은 첫째, 진정한 안정화가 고립된 근력이 아니라는 것. 둘째, 반사 유도적이며 고유 수용성 감각 및 타이밍에 의존한다는 것을 무시한다.”

예를 들어 설명해보겠다. 많은 사람들이 코어 강화를 위해 플랭크를 한다. 플랭크 운동은 코어라 불리는 근육들을 강화시키지만, 기능적으로 정적 안정성만을 증가시킬 뿐이다. 동적 움직임 상황에서 반사적 감각으로 활성화되는 코어 기능 향상에는 기여하지 못한다. 즉, 플랭크 운동을 아무리 열심히 한들, 케틀벨 스내치와 같은 동적인 운동을 할 때는 별로 도움이 안 된다. 그래서 과도한 플랭크 운동은 무용하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머리 위에서 케틀벨을 들고 있을 때, 강하게 복강압을 잡는 행위는 플랭크 운동을 서서 하는 셈이다. 정확히 말하면 케틀벨을 들고, 서서 하는 플랭크다. 그냥 따로 하면 안 될까? 정리하면, 케틀벨을 위로 들고 있는 자세에서 칫! 하고 강하게 복강압을 형성하는 행위는 실제 케틀벨 스내치 움직임을 돕지 못한다. 별개 동작이다. 플랭크 운동을 케틀벨을 들고 하는 셈이다. 케틀벨 스내치 동작에 비효율을 야기한다.

플랭크 자세 사진

자 이제 올바른 케틀벨 스내치 호흡법을 알아보자. 아래 알렉산더 크보스토브 코치(HMS, 세계 챔피언 9회) 스내치 훈련 영상을 보자. (영상 설명: 32kg 스내치 10분 212회, 손바꾸기 1회, 휴식없음, 체중73kg, 비공식 세계 기록) 긴장은 최소화하면서 적재적소에 필요한 호흡을 하고 있다. 적절한 타이밍에 적절한 양의 호흡을 적절한 복압을 갖고 한다. 케틀벨을 머리 위로 들고 있는 자세도 관찰해보자. 토크가 과하게 걸리는 신체 부위가 없고, 따라서 특정 부위에 강하게 힘을 줄 이유가 없다. 코어 기능이 적절하게 작용하고 있다. 이게 바로 진정한 안정성이다. 다시 말하지만 복강압을 무조건 강하게 한다고 안정성이 높아지는 게 아니다. 실제 움직임과 관계가 없는 불필요한 코어 긴장은 움직임을 방해할 뿐이다.

호흡법은 전략적으로 다양한 상황에서 자유롭게 선택해야 한다. 테니스 공을 치는 순간 기합을 넣는 대신, 권투를 하듯 ‘칫’ 한다면 좋은 전략이 아니다. 반대로 권투에서 잽을 날릴 때, 강하게 기합을 넣는 일도 좋지 않다. 호흡법은 츳. 흡. 후. 악. 쓱 등 숨이 나가는 입구를 어떻게 만들고, 어떻게 내보내느냐에 따라 미묘하게 달라진다. 이소룡의 경우 좁은 비강을 활용해 괴조음을 내며 복강압을 형성한다. 이 호흡법은 쇼맨십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실제로 해보면 호흡이 끊어지지 않으면서 순간적으로 복강압을 만드는데 좋은 전략임을 알 수 있다. 위압감은 덤이다.

케틀벨 운동 시 호흡과 비슷한 호흡법을 구사하는 예로는 축구가 있다. 밑에 영상을 보면(1분 25초부터), 이천수 선수가 파워를 얻는 동시에, 회복에도 도움을 주는 호흡법을 소개하고 있는데, 이 호흡법이 케틀벨 리프팅과 상당히 유사한 점이 많다. 케틀벨 리프팅 역시 파워도 얻어야 하고 회복도 빠르게 해야 하기 때문이다.

결론

의도 Intention 를 명확히 하자. 1000m 달리는데 츳! 츳! 복강압 잡아가며 달릴 일 없고, 100m 전력 질주하는데 씁씁후후 하며 편하게 숨을 쉴 수 없다. 케틀벨 스내치 시, 케틀벨이 머리 위에 올라간 순간 굳이 츳! 츳! 하며 복강압을 강하게 형성할 이유가 없다.

케틀벨 스내치를 잘 하기 위해, 복강압이 필요한 것인가?
복강압을 잘 잡기 위해, 케틀벨 스내치가 필요한 것인가?

후자로 운동해도 된다. 다만 케틀벨 스내치를 잘한다고 볼 수 없다. 1편 글에서도 언급했듯, 하드스타일을 잘 구사한다고 케틀벨 스내치를 잘하는 게 아니다. 반대로 케틀벨 스내치를 잘한다고 하드스타일 잘 하는 거 아니다. 케틀벨 스내치는 케틀벨 스내치. 하드스타일은 하드스타일이다. 하드스타일 호흡법으로 케틀벨 스내치 할 수 있다. 하지만 일반적인 방법이 아니다. 예를 들어 태권도를 하드스타일로 할 수 있지만, 그게 일반적인 태권도는 아니지 않는가? 어떤 운동이든 하드스타일로 해석할 수 있지만, 그 운동 자체를 잘하는 일은 완전히 별개임을 명백히 하자.

어떤 사람들은 어찌 됐든 코어에 힘을 주며 복강압을 잡는 행위가 양적 개선 효과가 있다며, 하드스타일 방식으로 하는 편이 더 효과적이지 않느냐는 주장을 한다. 어쨌거나 피트니스 효과가 크다는 주장이다. 당연히 힘들게 하면 운동 효과가 있겠지. ‘힘들게 힘들게’ 하면, 힘드니까 운동이 된다. 그런데 ‘쉽게 쉽게’ 효율적이고 안정적으로 할 수 있다면, 더 무겁고 더 많이 할 수 있다. 따라서 피트니스 효과도 충분히 누릴 수 있다. 효과뿐 아니라 효율까지 챙기는 건 어떨까? 굳이 ‘힘들게 힘들게’ 할 이유가 있는가? 신념인가? 아 맞다. 그들에겐 신념이지.. 오 파멘..

끝으로 이 블로그는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공간이다. 누구나 댓글을 달 수 있다. 친구 맺기도 필요 없다. 가명으로 작성해도 아무도 당신이 누군지 모른다. 비판은 열려있다. 케틀벨에 대한 애정은 우리 케틀벨 매니아들이 똑같이 공유한다고 생각한다. 건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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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드스타일 스윙에서 츳!츳! 강하게 복강압을 주는 행위는 중량이나 횟수에 무관하게 할 필요가 있다. 이는 역학적으로 하드스타일 스윙이 스로잉에 가깝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서는 추후 집중적으로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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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12월 29~30일에 열리는 소마앤바디 케틀벨 워크샵 및 러시아 케틀벨 아카데미 KETA 무료 설명회 홍보로 글을 마친다. 내년 2월에도 또 열린다. 저번 글에서 홍보를 같이 했더니 ‘결국 배우러 오라는 거네?’ 하는 사람이 있었다. 네 맞습니다. 배우러 오세요! 최선을 다해 교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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