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부터 있었던 케틀벨 워크샵(5월 15일 일요일)을 무사히 마치고 인천공항에 도착하니 10시가 됐습니다. 모이자마자 단복으로 모두 갈아입고 단체 사진을 찍었습니다. 모두들 약간은 들떠있는 혹은 살짝 상기된 느낌이었습니다. 대회 준비기간이 고작 15일에 불과했기 때문에 부족한 팀워크가 불안감을 만든게 아니었나 싶습니다. 가운데 양복을 입고 계신 분은 주르카네스포츠 한국 협회 국장님으로 이번 저희 팀의 단장을 맡아주셨습니다.
자정 12시에 한국을 떠나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에 도착했습니다. 이 곳에서 8시간 정도 있다가 테헤란행 비행기를 탑니다. 공항 내에서 식사를 하고 피곤한 심신을 달래기 위해 슬립존으로 갔습니다. 전 충분히 잘 잔 편이어서 독서를 할 수 있는 장소를 찾았습니다. This area is for reading ‘only’. 네 정말 only입니다. 잠을 자면 안됩니다. 덕분에 세시간 이상을 독서에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이번에 가져 온 책은 신영복 선생의 더불어 숲입니다. 세계 기행문으로 각국을 여행하면서 얻은 영감과 통찰을 언설하는 형식입니다. 가벼운 마음으로 읽기 좋았습니다. 아래는 제가 감명 깊게 읽고 필사한 부분입니다.
“나는 카트만두에서 만나는 이 모든 것이 한마디로 ‘문화의 원형’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오늘날의 문화가 치장하고 있는 복잡한 장식을 하나하나 제거했을 때 마지막에 남는 가장 원초적인 문화의 모습이 바로 이러한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이것은 사람의 삶과 그 삶에 필요한 최소한의 것으로 구성되어 있는 ‘문화의 자연’이라고 생각합니다. 문화 산업이라는 말이 있지만 문화의 본질은 공산품이 아니라 농작물입니다. 우리가 이룩해내는 모든 문화의 본질은 대지에 심고 손으로 가꾸어 가는 것, 그리고 최종적으로는 사람에게서 결실되는 것입니다.
문화가 농작물이라는 사실이 네팔에서처럼 분명하게 확인 곳도 드물 것입니다. 오늘도 잘사는 나라에서 이것을 찾아온 수많은 관광객들이 카트만두의 골목을 거닐며 네팔의 나지막한 삶을 싼 값으로 구경하며 부담없이 지나갑니다. 그러나 걱정스러운 것은 혹시나 그들이 네팡에서 문화의 원형을 만나고 그 문화의 원형에 비추어 그들 자신의 문화를 반성하는 대신에 네팔의 나지막한 삶을 업신여기지나 않을까 하는 우려입니다.”
주르카네스포츠, 메이스벨, 스톤, 케틀벨 등과 같은 고대 운동법 역시, 오늘날의 피트니스 문화가 치장하고 있는 복잡한 장식을 하나하나 제거했을 때, 마지막에 남는 가장 원초적인 피트니스 형태이지 않나 생각합니다. 신영복 선생님의 표현을 빌리면 피트니스의 자연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실 피트니스라는 말 자체가 운동의 산업화된 형태를 고스란히 상징하기는 합니다. 그렇다하더라도 피트니스의 원형은 운동, 움직임입니다. 그 둘은 대지로부터의 활동, 즉 농경 수렵 사냥 그리고 전투와 같은 살냄새, 흙냄새가 뒤섞인 인류 보편적 문화를 기반합니다.
저와 주현 선생님 그리고 수많은 팀 동료들이 함께 이끌고 있는 고대운동법 메카 ‘하우스 오브 스트렝스’는 그 인류 원형적 가치를 보존해 나갈 수 있도록 피트니스가 아닌 문화적 차원에서 노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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