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에 도착한지 둘째날 아침.
장거리 이동의 피로와 추운날씨 때문인지 감기 몸살 기운이 있다.
아프리카는 분명 한여름이었는데 여기는 겨울이다.
한국의 2~3월 날씨와 비슷하다.
결국 오리털 패딩을 꺼내입었다.
어젯밤 너무 어두워서 보지못했던 숙소주변 풍경.
식사를 해결하기 위해 숙소인 마샤드 호스텔에서 이맘코메이니 역까지 걸어왔다.
프라이드 차량이 많이 보인다.
한때 프라이드 혁명이 일어나서 프라이드 차량 제조법까지 아예 사버렸다고 한다.


북한으로 치면 김일성 역 같은 느낌이다.
공항이름도 이맘 코메이니 공항이었는데.
민주화 관점해서 보자면 이슬람 혁명으로 사실 이란의 민주화를 역행한 사람인고 이슬람 종교의 관점에서 보면 신정정치를 회복한 영웅이다.
이란의 젊은이들은 어떠한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전철역 안의 MTN 부스에서 심카드를 사려고 시도했으나 실패.
사람이 너무 많고 말도 안통한다.
일단 밥부터 먹자.

얼마 안되는 이란 여행 후기 중 누군가 이란에 코카콜라가 없다고 했는데, 누구냐.
오늘 처음 들어간 가게이서 코카콜라 발견.
미국을 정말 싫어한다고 들었는데 콜라의 힘은 어쩔 수 없는걸까.



분명 햄버거가 그려진 간판을 보고 들어가서 메뉴를 시켰는데 나를 포함한 모든사람이 이런 기다란 빵에 패티가 들어간 바게트 샌드위치 형태의 햄버거를 먹고있었다.
가격은 매우 착했지만 역시나 빵이 너무 딱딱해서 그런지 먹다보면 입안이 피범벅이 된다.
빵에 케찹이 묻은줄 알았는데 내 피다.
감자튀김, 빵, 음료까지 포함해서 3000원 정도.




다시 밖으로 나와서 광장 근처 구경.
길거리에서 채소공예(?) 하는 아저씨.

이 거리는 차가 없는 거리이지만 저 열차는 다니더라.
열차에 탄사람들이 동시에 굉장히 신기한듯 나를 동물원 원숭이 보듯 봐서 민망했다.



생과일 쥬스.
1500원 정도로 오렌지 6개를 그자리에서 짜서 준다.
후식으로 그만이다.
원래 더 싼데 물가가 많이 올랐다고 한다.

이란에 와서 처음보는 이슬람 사원.
저 파란 타일은 참 마음에 든단 말이지.


사실 이란에는 맨땅에 헤딩할 생각으로 왔다.
두 가지 옵션이 있었다.
첫째는 직접 주르카네 체육관에 컨택해서 찾아가기, 둘째는 세계주르카네스포츠협회 IZSF를 찾아가서 도움 요청하기.
첫째 옵션만 생각하고 왔으나 마침 IZSF에 연결해줄 분을 알게되어 두번째를 시도하기로 했다.
막상 오늘은 IZSF 사무실이 쉬는날이라고 마냥 돌아다니기로.

역 이름이 영어로 표기 안되있으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다행히 역이름이 영어로 표기 되어있다.
영어권 국가의 사람들이 오기는 오나보다.

약속한 장소로 가기위해 지하철에 탑승했다.
지하철 요금은 어디를 가든 150원.
너무 싸다.
지하철 승강장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나에게로 시선이 집중.

이란 지하철에는 여성칸 남성칸이 따로 구분되어있다.
덕분에 남성들의 시선만 엄청 받았다.

남자들만 한가득.
양기 만땅.

바로 옆의 여성칸은 금단의 영역이다.
저쪽은 여성 숫자가 적어서 그런지 여유있고 넓어보이는데 여기 남자칸에 유독 사람이 많고 비좁다.
중간에 지하철을 갈아타는 역이 있었는데 길을 잃고 헤매다가 지나가는 남자들에게 도움을 요청했으나 다 영어를 못했다.
다행히 지나가던 여대생 무리가 영어를 잘해서 어디로 갈지 도와주었다.
말걸자 마자 ‘꺄르르’ 웃던 순수한 여대생들이었는데.
아프리카에서도 여기서도 여성분들께 도움을 많이 받았다


약속장소와 가까운 역에 도착.
저멀리 만년설이 덮여있는 해발 4000m 알부르즈 산맥이 보인다.
테헤란 북쪽에서 테헤란을 지켜주는 높은 산맥이다.
6월까지도 눈이 덥고 있다고 하는데 확실히 테헤란에서도 북쪽으로 가까이 갈 수록 더 춥다.


헤자브 공원 앞.
커플 도촬.
결혼한 사이가 아니면 공공장소에서 저렇게 손을잡고 걸을 수 없다고 한다.

날씨가 좋아서 저멀리 설산이 확실히 보인다.
이란의 수도이고 매연이 심하다해서 어두운 느낌의 도시를 상상했는데 병풍처럼 높은 산맥이 배경으로 있으니 생각보다 개운한 느낌이 든다.

다시 숙소로 돌아가는 길.
헤자브 공원 안쪽으로 가로질러 갔는데 남녀노소 함께 배구를 즐기고 있다.
알고보니 이란은 배구 세계최강국 중 하나이다.
술이 금지되어서 그런지 저녁에 스포츠를 즐기는게 일반적이다.
즐기고 스트레스를 풀만한 꺼리가 제한된 어쩔 수 없는 환경때문이긴 했으나, 어쨌든 생활체육의 활성화가 엘리트스포츠에서의 성적향상 까지 이어진 매우 좋은 예다.
헤자브 공원 바로 옆의 시장에 잠깐 들려서 구경하다가 견과류를 샀다.
이란은 피스타치오와 말린 대추야자열매가 유명하다.
숙소에서 입이 심심할 때 간식으로 먹기에 참 쏠쏠하다.
대추야자열매는 특히 매우 싸서 1000원 어치 정도면 몇일은 배불리 먹는다.
난 하루에 단 몇알 씩만 먹다보니 거의 4주 정도를 먹었다.
짭조름한 피스타치오는 정말 맛있는데 맥주를 못먹는게 함정.
그리고 이란의 또 다른 명물.
석류쥬스.
이란은 석류가 매우 유명한데 낮에 먹은 오렌지 쥬스처럼 석류를 압착시켜 즙을 내서 컵에 담아준다.
1500원 정도면 석류 7개를 짜준다.
정말 맛있다.
한모금 마시는 순간 이란에 오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정도.
맥주가 없으면 어떠하리 이게 바로 이란의 맛.
그러고보니 한국에서 석류 7개면 얼마였드라.
테헤란 맛집에서 산 치킨 구이.
정말 맛있었다.
라면도 겟!
숙소에 와서 치킨과 라면을 폭풍흡입했다.
신라면이 이렇게 맛있었다니.
오늘하루 먹방 힐링 제대로 했네.
테헤란 라이프 아직까진 대만족이다.
충분히 쉬고 맛있는 음식으로 기력을 보충했으니 이제 내일부터는 본격적으로 주르카네 체육관에 찾아가서 페르시안밀을 배우는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