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스벨 : 던지기 패턴의 과학
누군가 ‘웨이트 트레이닝’이라는 단어를 말하면 어떠한 장면이 연상되는가?
아마 일반적으로 헤드폰을 끼고 거울을 보며 덤벨이나 바벨을 들고 핏줄이 보일정도로 근육을 굴곡해서 수축시키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할 것이다. 현대의 웨이트 트레이닝은 시각정보에 많은 지배를 받고 있다. 거울로 자신의 자세와 근육의 크기를 피드백 받아야직성이 풀리며 그래서 시각적으로 가장 근비대나 효과가 빠른 보디빌딩이 웨이트 트레이닝 시장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한다.
운동이라는 이미지를 헬스장에서 거울보고 덤벨을 들고 근육을 수축시킨뒤 트레드밀을 걷는 행위로 각인 시키는 대중매체의 영향도 크다. ‘웨이트 트레이닝= 보디빌딩’ 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인 것도 그 이유이다.
10년 전 내가 알던 웨이트 트레이닝도 보디빌딩이 전부였다. 나는 태권도를 잘하고 싶었다. 펀치력도 킥력도 약했다. 스스로 근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근력 훈련이라 함은 당연히 웨이트 트레이닝을 떠올릴 수밖에. 내가 알던 바로 그 웨이트 트레이닝을 존나 열심히 했다. 겉으로 보이는 몸은 마치 체조 선수처럼 멋있어졌다. 몸만.
신전 패턴 vs 굴곡 패턴
대부분 스포츠 상황에서의 움직임은 전신을 펴내는 신전 패턴의 형태를 보인다. 막상 웨이트 트레이닝의 주류를 이루는 보디빌딩식 훈련은 보통 단관절 중심 굴곡패턴을 보인다.
지금까지 서로 다른 방향으로 동시에 노를 저어왔을지도 모른다. 열심히는 했는데 그만큼의 성과는 없다면 얼마나 억울하겠는가. 내가 그러했다. 무지하면 몸만 고생한다.(물론 운동 퍼포먼스를 떠나서 오로지 근육과 멋진몸매가 목표라면 보디빌딩 만큼 빠르고 효과적인 웨이트 트레이닝은 없다. 목적에 맞게 선택해야한다.)
그렇다면 웨이트 트레이닝도 전신 운동 + 신전 패턴으로 한다면 스포츠에 도움이 되는 것일까?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신전 패턴을 가지는 가장 대표적인 웨이트 트레이닝 동작은 스쿼트, 데드리프트, 프레스 등이 있다. 클린, 스내치, 저크 등의 역도성 운동도 있다. GPP라는 개념의 중요성이 대두되면서 선수든, 생활체육 수준의 아마추어든 3대 운동의 중량을 목숨걸고 따지기 시작했고, 역도 훈련은 거의 모든 스포츠 종목에서 필수가 되었다. 그만큼 신전 패턴 웨이트트레이닝이라는 점에서 분명히 스포츠 근력 향상에 효과를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정 수준으로 중량 기록이 향상된 이후부터는 아무리 웨이트 트레이닝에서 사용되는 근력은 늘어도 더 이상 해당 스포츠 퍼포먼스 향상에는 크게 전이 되지 않는 특이점이 온다. 이후로는 3대 운동을 잘하면 잘할 수록 파워리프팅 선수가 되고 역도 훈련을 잘하면 잘할 수록 역도 선수가 될 뿐이다. (물론 이또한 나쁘지 않다. 재능이 있다면 이쪽으로 전향하면 된다.)
문제는 대부분의 스포츠가 리프팅 종목과는 근력 한가지 요소만으로 기록과 순위가 결정되는 것이 아니기도 하고, 둘다 몸을 펴내는 신전 움직임이기는 하나 궁극적으로 디테일은 다른 움직임 패턴을 가진다. 이 때문에 SPP 훈련이라는 개념이 중요해진다.
종목에 따른 SPP 차이를 가장 쉽게 설명해주는 예는 체대 입시 준비생들이다.
수능 시험이 끝나면 자신이 가고자하는 대학의 실기시험 종목 몇 가지를 정한다. 그 뒤로는 말그대로 밥먹고 그것만 연습한다. 단기간이지만 엄청나게 많은 반복 훈련과 치밀한 전략을 통해 시험 종목에 있어서만큼은 엘리트 선수나 다름없는 움직임 최적화를 보인다. 문제는 딱 그 시험 종목에서만 선수이다.
던지기 패턴
근세포는 스스로 수축할 수 없고 뇌에서부터 금섬유까지 다발로 연결된 신경계의 전기신호를 받아 수축한다. 이러한 전기신호를 통한 신경반응이 신경계에 누적되어 구조화된 것을 ‘움직임 패턴’이라 한다. 뇌에서 ‘A’라는 의도를 입력(input)하면 그 신호를 받아 바로 그 순수한 ‘A’라는 움직임이 출력(output)되는 것이다. 엘리트 선수가 되는 것은 단순 근력이나 체력 수준이 아닌 자신의 스포츠 종목에서 자주 사용되는 움직임 패턴의 최적화 정도에 달려있다.
그렇다면 스포츠에서 자주 사용되는 움직임 패턴을 보이면서 단순 근력 향상이 아닌 움직임 최적화에 초점을 맞춘 웨이트 트레이닝이 있다면 해볼 생각이 있는가?
일반적으로 허공에 오픈체인 상황에서 맨몸으로 던지기 동작을 수행할 때와 달리 메이스벨을 등 뒤로 넘겨서 던지는 동작을 했을 시에 손잡이로부터 무게 중심이 멀리 떨어져 있는 비효율적인 메이스벨의 구조적 특성상, 관성과부하에 따른 신체 불안정성이 쉽게 발생한다. 이를 안정화하려고 노력하면서 던지기 패턴 움직임에 동원되는 고유수용감각이 보다 더 촉진된다.
또한 정확한 동작을 하지 않고서는 던지기 힘든 메이스벨의 구조 덕분에, 당연한 이야기지만 사용자의 던지기 패턴 움직임에 만약 조금이라도 오류가 있다면 애초에 메이스벨은 깔끔하게 던져지지가 않는다. 굳이 옆에서 코치가 자세적인 문제를 피드백 하지 않더라도 고유용감각 정보가 풍부한 상황으로 인해서 자신의 움직임 오류를 자각하게 되고 효율적인 던지기 패턴을 위해 스스로 오류를 수정하고 학습하게 된다. 이를 반응신경계 훈련이라한다.
메이스벨의 중량을 높였다는 것은 단순히 근력이 향상되는 것을 넘어 던지기 패턴이 질적으로 보다 최적화되는 환경이 조성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수련은 더하는것이 아니라 군더더기를 덜어내는 것.
더 단순해지는 과정이다.
메이스벨 던지기 운동을 통해 당신의 움직임 중 특별히 개선되는 요소는 밸런스, 그리고 타이밍이다. 메이스벨 추의 움직임은 머리가 리드하며 머리 리드에 따라 카운터 밸런스 형태로 체중 싣는 발이 바뀐다. 체중 싣는 발이 바뀌는 바로 그 타이밍이 가장 큰 힘을 내는 타이밍이다.
무게가 무거울수록 머리의 움직임과 체중이동으로 밸런스를 더 잘 잡아야하고 보다 정확한 타이밍에 펜듈럼 스윙을 활용해 퍼올리는 힘을 내야한다.
메이스벨 리프팅
[youtube]https://youtu.be/G73CSDKFN-g[/youtube]
메이스벨 던지기 동작은 기존 웨이트 트레이닝들과는 달리 등 뒤에서 펜듈럼 스윙의 형태를 보인다. 그래서 그런지 서구권에서 ‘360 스윙’, ’10 to 2 스윙’ 으로 뒤에 스윙이라는 이름을 붙였고 그 이름이 그대로 퍼졌다.
하지만 단순히 ‘흔들다’라는 뜻을 가진 스윙이라는 이름만으로는 메이스벨을 설명할 수가 없다. 마치 케틀벨 스내치에도 펜듈럼 스윙의 구간이 포함되어 있으나 단순히 스윙으로 불리지 않고 이름은 ‘낚아채다’라는 의도에 충실한 ‘스내치’로 불리듯이 말이다.
[youtube]https://youtu.be/4mlgZlAYEuI[/youtube]
이렇게 메이스벨을 리프팅으로 정의 하는 순간 이미 메이스벨은 더 이상 단순한 피트니스 도구가 아니며, 메이스벨을 활용한 운동은 단순한 흔들기, 단순한 던지기를 넘어 감히 움직임의 과학이라 묘사할 수 있다. 인간의 몸 구조는 이미 리프팅이라는 행위에 최적화 되어있다. 왜 그런지는 모른다. 그냥 그렇게 디자인 되어있다.
인간의 몸은 팽팽한 텐트와 같은 장력통합구조(Tensegrity)를 가지는데 그 안의 축이 되는 뼈대는 전만곡(1차만곡), 후만곡(2차만곡)이 머리부터 발끝까지 반복이되는 마치 스프링과 같은 구조를 보인다.
자세체형적인 문제로 인해 기존의 반복되는 만곡 패턴이 갑자기 사라지거나 어느 한가지의 만곡만 과해진 우측 4가지의 경우는 결국 스프링 구조가 깨지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이는 전체적인 장력통합구조에 영향을 미치고 메이스벨 리프팅 운동시 비효율을 낳는다.
구조는 몸과 중력장과의 관계에 의해서 결정된다.
-아이다 롤프-
명확한 의도가 움직임을 결정한다.
-모쉐 펠든크라이스-
구조와 기능을 대표하는 두 거장이 한 말을 통해 메이스벨 던지기에도 적용할 수 있다.
1. 몸과 중력장과의 관계를 가장 잘 피드백 해주는 것이 바로 무게를 들어올리는 리프팅이다.
2. 메이스벨 운동은 던지기라는 명확한 의도를 가진 원형적 움직임이다.
3. 메이스벨은 이 두 가지를 통합하는 웨이트 트레이닝이다.
이 통합적인 원리를 실제로 구현해야면 원형적인 움직임을 회복할 수 있고 비로소 우리의 몸도 원형(텐트, 스프링)이 가진 기능을 회복할 수 있다.
건축이라는 용어를 최초로쓴 수메르인에게 있어 건축이란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것이 아닌 ‘마땅히 있어야할 자리를 찾아 원형을 회복하는 작업’이라 여겨졌다.
메이스벨은 당신이 잊고 있던 당신의 몸에 숨겨진 기능을 알아차리게 해주는 도구이다. 메이스벨을 통해 던지기 리프팅을 경험하면 당신이 가지고 있던 기존의 웨이트 트레이닝과 움직임을 바라보는 패러다임이 전환될 것이다.
하지만 말이 구조기능통합이지 아무나 메이스벨 운동을 대충 따라 한다고 이러한 원리대로 움직이거나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메이스벨 운동에서 ‘던지기’의 의도를 발견한 것도 인도를 직접 다녀왔기 때문이고 동작에서 기능적 움직임과 의도를 분석하고 분해할 수 있는 눈을 길러 준 것은 소마틱스 덕분이었다.
분해된 퍼즐을 다시 재조합하듯이 구조와 기능을 통합하는 움직임을 메이스벨 운동에서 구현하고 더 나아가 누군가를 지도하려면 이러한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바탕인 소마틱스 학문에 대한 충분한 이해도가 있어야하고 펠든크라이스 메소드를 통한 일명 ‘브릿지’ 역할을 해주는 움직임을 배우고 움직임 패턴에 대한 깨달음과 이해도가 있어야 가능하다. (아, 인도 바라나시에서 인도인으로 다시 태어난다면 가능할지도.)
소마앤바디는 2012년 부터 소마틱스 전문가로 활동하면서 위에서 설명한 구조기능 통합적 관점의 웨이트 트레이닝을 지도해왔다. 현재는 소마앤바디 대표 한얼 샘이 이 내용을 정리해 정신과 의사들을 대상으로 한 소마틱 움직임 명상 워크샵에서 필자와 함께 발표를 하기도 했고 한얼 샘은 펠든크라이스 길드 과정(800시간)을 밟고 있다.
메이스벨 현주소와 가능성
그리고 2015년 인도에서 찍은 영상. Kushti라 불리는 인도 전통 레슬러들이 훈련하는 전통 체육관(Akara)에서 찍은 영상이다. (당시 수련 여행기는 링크에서 확인 [인도에 간 사나이] https://blog.naver.com/zurkhaneh/220809430323 )
인도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사실은 메이스벨(गदा Gada)을 돌린다고 표현할때 사용하는 동사가 ‘돌리다’, ‘거칠게 던지다’의 뜻을 가진 घुमाना(goomana) 혹은 चक्कर देना(jeggudina)인데 이 용어는 전통 레슬링에서 상대를 넘겨 던진다라는 뜻으로도 동시에 사용된다. 인도 레슬러들은 상대를 던진다라는 명확한 의도를 메이스벨에 투영해 훈련해 왔던 것이다.
역사적, 철학적, 문화적, 과학적 가치가 엄청남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메이스벨 던지기 운동 효과에 대한 관련된 논문이 없다.(클럽벨은 있다.)
하지만 앞으로 서서히 연구가 진행될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피트니스는 물론 스포츠를 위한 기능성 트레이닝 시장에서 엄청난 잠재력을 지닌 도구라고 확신한다.
현재 소마앤바디에서도 이란대사관의 지원으로 ‘야구 퍼포먼스 향상에 메이스벨이 끼치는 영향’ 이라는 주제로 참가자를 모집했고 현재 실험연구를 진행하면서 관련 데이터를 축적중이다.
최근 NC 다이노스 프로야구 선수로 활약하다가 은퇴 후 유투브 채널 ‘야구왕’을 운영 중이신 윤병호 감독님이 메이스벨을 체험했고 극찬을 하고 가셨다지.
앞으로 메이스벨은 던지기 패턴을 가진 여러 스포츠 종목을 위한 보조 운동으로서 활용되고 여러 성공적인 사례와 연구가 더해진다면 단순 피트니스 시장보다 오히려 선수트레이닝 시장에서 보다 활성화 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당장 피트니스적인 측면만 보아도 상체 근력이 크게 발달하고 근육량도 많이 증가한다.)
하지만 앞으로 궁극적으로 추구해야할 방향은 리프팅 스포츠로서의 발전이다.
메이스벨 운동시 무게 추의 크기 뿐 아니라 핸들의 길이, 핸들의 구조도 굉장히 중요하다. 만약 무게마다 길이와 크기가 다 달라버리면 디테일한 테크닉이 달라질 수 밖에 없고 이름은 모두 메이스벨이지만 실질적으로는 무게마다 다른 도구가 되어버리는 셈이다. 전세계적으로 판매되는 메이스벨 중에 핸들의 길이가 짧은 것들도 너무 많다.
소마앤바디는 장기적으로 메이스벨의 스포츠화를 목적으로 무게마다 구분할 수 있는, 컬러는 다르지만 규격은 동일한 한얼샘이 디자인한 메이스벨을 자체 제작해서 판매하고 있다. 케틀벨 스포츠 처럼 4kg~48kg까지 모두 사이즈가 같고 색상만다르다. 인도에 다녀온 뒤로 지난 4년간 인도 전통방식의 대나무 메이스벨을 사용하면서 핸들 길이와 적당한 굵기를 연구했고 대나무 핸들의 여러 단점을 보완해서 핸들은 스틸로 제작되었다. 소마앤바디 스토어팜에서 구매 가능하다.
PS -소마앤바디 클럽&메이스 워크샵이 5월 11,12일 열릴 예정이다.
coming s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