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술 자료 · 운동인류학
전장의 무기였던 철퇴가 자기 몸을 빚는 수련 도구가 되기까지 — 인도 아카라와 13세기 비급서 말라 푸라나로 읽는 고대운동의 뿌리.
The Club and the Indian Akhara: Weapon, Myth, and Discipline in the Roots of Ancient Movement
방덕 (김주현)
소마앤바디 · 힘의집 부대표 / 내면소통명상연구원 패컬티 / 주르카네스포츠 한국대표팀 감독
2026년 6월
이 글은 인도의 대표적 단련 도구 — 철퇴 가다(Gada)와 한 쌍의 곤봉 조리(Jori) — 와 그 도구가 살아 있는 신체문화 공간인 아카라(Akhara)를 인류학적·역사적으로 정리한 보고서다. 일차 문헌은 조셉 알터(Joseph S. Alter)의 민족지 〈The Wrestler’s Body〉(1992)와 조리 스윙 연구(2005), 산스크리트 텍스트 〈말라 푸라나〉(산데사라·메타 교정본), 그리고 필자가 2015년 이후 바라나시 아카라 40여 곳에서 수행한 현장 관찰이다.
운동이라는 말은 흔히 무게가 숫자로 적힌 매끈한 쇳덩이를 연상시킨다. 그러나 인도의 레슬러들은 수천 년에 걸쳐 나무와 돌로 깎은 비대칭의 도구를 등 뒤로 휘둘러 왔다. 이 단순한 도구 하나를 실마리로 삼으면 흙, 신화, 문헌, 그리고 한 문화가 인간의 몸을 어떻게 이해해 왔는가의 역사가 함께 드러난다.
철퇴, 가다(Gada)
한때 인터넷에서 널리 회자된 사진. 어깨에 멘 도구가 메이스벨, 힌디어로 가다(गदा, Gada)다.
널리 알려진 한 장의 사진이 있다. 거대한 철퇴를 어깨에 멘 인도 남성의 모습이다. 사진 속 도구가 바로 메이스벨, 인도에서 가다(Gada)라 부른다. 인도의 레슬러들이 수많은 도구 가운데 굳이 가다를 휘두르는 데에는 분명한 배경이 있으며, 그 배경은 운동학이 아니라 신화에서 출발한다.
가다와 하누만 — 라마야나
전 세계에 알려진 만화 〈드래곤볼〉은 명대 소설 〈서유기〉를 모티프로 하며, 〈서유기〉의 손오공에게는 그 원형이 존재한다. 기원전 3세기경 발미키(Vālmīki)가 지었다고 전하는 인도의 대서사시 〈라마야나(Rāmāyaṇa)〉의 원숭이 장군 하누만(Hanuman)이다. 여의봉을 휘두르는 손오공처럼, 하누만은 가다를 휘두르고 제 몸의 크기를 자유로이 바꾼다.
〈라마야나〉 삽화. ‘라마의 여정’을 뜻하며 4만 8천 운문에 이른다.
라마와 하누만. 하누만은 라마의 여정에 늘 동행한다.
서사의 한 절정은 다음과 같다. 라마의 군대가 쓰러지자 하누만은 약초가 자라는 봉우리를 찾아가지만, 약초를 가려낼 겨를이 없자 몸을 거대하게 키워 산봉우리째 들고 날아온다 — 한 손에는 가다를 쥔 채로. 마르커스 퀴자스(Marcus Quijas)는 저서 〈Hanuman Power〉(2016)에서 하누만의 가다를 ‘힘과 통제’의 상징으로 설명하며, 오늘날 아카라 경연에서 수여되는 장식용 가다 역시 같은 성격을 지닌다고 적는다. 하누만은 충성·의리·정직·헌신을 상징하는 신으로 정착했고, 가다는 그 신성한 힘의 표상이 되었다. 아카라의 레슬러들이 수련에 앞서 하누만에게 의식을 올리는 것은 이 때문이다.
마하바라타 — 비마와 하체 공격의 금기
〈마하바라타〉 삽화. 20만 운문으로 일리아스·오디세이아를 합한 분량의 약 열 배에 이른다.
가다를 휘두르는 비마(좌)와 비마·하누만의 만남(우). 둘은 바람의 신 바유의 아들로 이복형제다.
하누만은 또 다른 대서사시 〈마하바라타(Mahābhārata)〉에도 등장한다. 여기서 주목할 영웅은 비마(Bhīma)다. 그는 하누만의 이복동생으로 괴력의 소유자이며 역시 가다를 휘두른다. 작중에는 비마와 맞서는 자라산다가 아카라에서 훈련했다는 서술이 나오는데, 이는 아카라가 단순한 체육관이 아니라 전쟁을 위한 신체 훈련과 교육 일반이 이루어지던 ‘아카데미’의 원형이었음을 시사한다.
비마와 두료다나의 가다 결투. 승부가 나지 않자 비마는 금기를 어기고 하체를 공격한다.
이 서사시의 절정은 판다바 5형제와 카우라바 100형제의 전쟁이며, 그 마지막에 비마는 카우라바의 장남 두료다나와 가다를 들고 결투한다. 승부가 갈리지 않자 비마는 금기를 어기고 두료다나의 하체(허벅지)를 가격해 승리하지만, 금기를 깬 까닭에 비난을 받는다. 주목할 점은 ‘하체를 치지 말라’는 율법이 가다를 든 결투에 결부되어 있었다는 사실이다. 인간의 생식과 번성을 보호하는 금기가 가다를 든 싸움에 결부되어 있었던 것으로, 이 문제는 본문 말미에서 다시 다룬다.
아카라 — 흙을 금으로 바꾸는 공간
인류학자 조셉 알터는 1992년 저작 〈The Wrestler’s Body〉에서 북인도의 레슬링을 단순한 스포츠가 아니라 하나의 ‘삶의 방식’이자 정교한 의미 체계로 분석했다. 그는 아카라를 다룬 장에 “흙이 금으로 바뀌는 곳(Where Earth Is Turned Into Gold)”이라는 제목을 붙였다.
아카라는 흙·공기·물·나무의 네 요소가 조화를 이루는, 도시 바깥의 평온한(shant) 공간으로 묘사된다. 대다수 아카라는 주홍빛 하누만 사원 안에 자리하며, 낮은 문을 지나면 사당과 흙바닥 운동장이 함께 있다. 알터는 레슬러의 수련을 하누만이 표상하는 세 가지 — 샥티(Shakti, 힘), 박티(Bhakti, 헌신), 브라흐마차리아(Brahmacharya, 금욕) — 를 신체에 체화하는 과정으로 읽는다.
주홍빛 사원과 큰 나무 — 하누만 사원이자 아카라.
필자가 2015년 이후 탐방한 바라나시 아카라.
레슬링 구덩이의 붉은 흙. 알터는 이를 ‘힘의 정수’라 불렀다.
이 흙바닥이 아카라의 핵심이다. 알터는 구덩이의 흙을 “힘의 정수(the essence of strength)”이자 아카라 전체의 물질적·문화적 의미가 응축된 중심이라고 기술한다. 흙은 ‘어머니의 무릎’에 비유되며, 차가운 성질로 몸의 독소를 흡수하고 수련자를 감싸는 모성의 상징으로 여겨진다. 이러한 관리법은 〈말라 푸라나〉에 이미 구체적으로 규정되어 있다. 이 텍스트는 경기장의 흙에서 자갈·쇳조각·나뭇가지·유리 따위를 체로 걸러낸 뒤 우유·버터밀크·기름·붉은 황토를 적정 비율로 배합하도록 명시하며, 이는 부상을 막고 손상된 피부를 빠르게 치유하기 위함이라고 적는다. 또한 수련자는 흙을 밟기 전 대지에 절하고(부미반다나, Bhūmivandana) “오 대지여, 우리에게 힘을 주소서”라는 게송을 바친 뒤 몸에 흙을 바른다. 필자의 현장 관찰도 이와 일치한다. 수련자들은 황토에 기(정제 버터)·강황·버터밀크 등을 섞어 흙을 부드럽게 유지하고 사흘에 한 번 물을 뿌리며, 신을 벗고 맨발로 들어가 수련 중 침을 뱉지 않고, 운동을 마치면 그 흙을 몸에 발라 땀을 닦은 뒤 구덩이에 예를 표하고 나온다.
겉으로는 흙바닥에 불과해 보이지만, 아카라의 흙은 이처럼 까다롭게 관리되는 신성한 매질이다. 근대의 피트니스 시설이 신체를 측정 가능한 부위로 분해해 효율을 추구한다면, 아카라는 신체를 인격과 신앙이 깃드는 하나의 장(場)으로 다룬다.
아카라의 도구 — 개별 분석
아카라의 운동은 맨몸 운동(단드·베타크)과 무게를 다루는 도구 운동으로 나뉘며, 도구 운동의 중심에 가다(철퇴)와 조리(곤봉)가 있다. 각 도구를 차례로 검토한다.


말라 푸라나가 ‘프라마다(Pramada)’로 분류하는 영역 — 가다와 조리.
① 가다(Gada) — 철퇴
1미터가량의 대나무 자루 끝에 둥근 돌이나 추(10~60kg)를 단 철퇴다. 한 번에 하나만, 어깨에서 어깨로 넘기며 등 뒤로 긴 진자호를 그린다. 운동량은 횟수가 아니라 ‘하트(hath, 손)’ 단위로 센다. 한 어깨에서 반대 어깨로 넘어가는 동작이 1하트다. 알터에 따르면 챔피언에게는 은(銀) 가다가 트로피로 수여되며, 가다의 형태가 버터를 휘젓는 막대를 닮았다는 점에서 가다 스윙을 “몸을 휘저어 정(精)을 늘리는 것”에 빗대는 토착 관념이 존재한다.
② 조리(Jori)·무그다(Mudgar) — 한 쌍의 곤봉
나무로 깎아 쇠 띠로 무게를 더한 곤봉으로, 항상 한 쌍을 사용한다. 운동용은 한 짝에 15~25kg이다. 거꾸로 쥔 상태에서 시작해 한 짝씩 번갈아 등 뒤로 긴 호를 그리고, 호의 끝에서 어깨로 받아 넘기는 순간 반대쪽이 진자운동을 개시한다. 한 짝의 균형 잡힌 무게가 다른 짝의 운동을 유도하므로 타이밍이 핵심이며, 팔·어깨·가슴·허벅지·허리가 동시에 동원된다. 레슬러들은 지나치게 무거운 조리가 상체를 경직시킨다는 이유로 비교적 가벼운 것을 선호한다. 알터는 별도 논문 〈Empowering Yourself: …North Indian Jori Swinging〉(2005)에서 조리 스윙을 단독으로 분석하며, 가다가 남근적 상징성을 띠는 데 비해 조리는 유방을 상징한다고 보았다. 조리에 ‘흰 한 쌍’, ‘빛나는 것’, ‘가시 돋친 것’, ‘꽃의 것’과 같은 고유한 이름이 붙는 점도 이러한 맥락에서 설명된다.
③ 날(Nal)·가르 날(Gar Nal) — 돌의 자유중량
속을 파내고 가운데 돌 손잡이를 남긴 날(nal). 케틀벨 운동과 역학이 유사하다.
날은 속을 파내고 가운데 돌 손잡이를 남긴 원통형 돌(보통 30kg, 그 이상도 있다)로, 바닥에서 머리 위까지 한 번에 들어 올린다. 그 동작은 오늘날의 케틀벨 운동과 역학적으로 유사하다. 필자는 한 아카라에서 200kg에 달하는 날을 관찰한 바 있다. 가르 날은 목에 거는 큰 돌고리로 단드·베타크의 부하로 쓰인다. 알터는 무패의 챔피언 가마(Gama)가 매우 큰 가르 날을 걸고 단드를 수행해 두 손 사이에 도랑을 파야 했다는 일화를 전한다.
④ 섬톨라·루말리(Gonitaka)
섬톨라 — ‘바이퍼’의 원형.
루말리 — 인디언 덤벨의 일종.
원형 돌기둥에 손잡이를 만든 섬톨라(sumtola)는 한때 기능성 트레이닝 도구로 알려진 ‘바이퍼’의 원형에 해당하며, 루말리는 인디언 덤벨의 일종이다. 〈말라 푸라나〉는 가운데에 가로 손잡이를 관통시킨 원통형 돌 아령 핀다나카(Pindanaka)를 기록하는데, 이는 양손에 쥐고 수평 들기·머리 위로 밀기·손목 회전을 반복하는 도구로 오늘날의 덤벨·케틀벨과 사실상 동일한 구조다. 현대 레슬러들이 활용하는 덤벨 휘두르기 운동의 연원 역시 인도에 있다.
⑤ 말라캄(Mallakhamb) — 기둥 체조
땅에 박은 기둥에서 수행하는 말라캄. 현대 폴 댄스·기계체조와 연결된다.
땅에 박은 긴 기둥(‘레슬러의 기둥’이라는 뜻)에서 수행하는 일련의 체조 훈련으로, 현대 폴 댄스의 기원이자 기계체조와도 통한다. 고대 인도에서 레슬링과 체조는 분리된 종목이 아니라 하나의 종합 체계였으나, 현재는 쿠스티 전문 아카라와 말라캄 전문 아카라로 분화되었다.
⑥ 단드·베타크(Kundakavartana) — 맨몸 운동
장비 없이 수행하는 단드(dand, 변형 푸시업)와 베타크(bethak, 깊은 스쿼트)다. 〈말라 푸라나〉는 소년이 아카라에 입문하면 수년간 단드와 베타크만 반복하도록 권하는데, 이는 체력 단련에 앞서 ‘동작이 만들어 내는 리듬을 신체에 새기는 것’을 우선하기 때문이다. 단드·베타크가 수천 회 단위로 반복되는 데 비해, 가다·조리·돌 운동은 횟수보다 무게에 비중을 둔다. 호흡(프라나야마)에 맞춘 이 반복 운동은 비야얌(vyayam)이라 불리며, 신체 단련과 동시에 정신적 정화의 수단으로 간주된다.
무기에서 수련으로 — 목적의 전환
가다를 둘러싼 가장 중요한 인류학적 사실은 ‘전환’이다. 가다는 〈라마야나〉와 〈마하바라타〉에서 영웅과 신이 휘두르던 전장의 무기였다. 그러나 아카라의 흙 위에서 그것이 향하는 대상은 적이 아니라 수련자 자신이다. 휘두르는 동작의 골격은 보존되지만 그 목적은 파괴에서 자기 형성으로 역전된다. 챔피언에게 은 가다가 트로피로 주어진다는 사실은 이 전환을 압축적으로 보여 준다.
또한 이러한 도구가 단련하는 것은 고립된 근육이 아니다. 자루 끝 먼 곳에 무게중심이 놓인 비대칭 도구를 등 뒤로 회전시키려면 어깨 가동성, 그립, 척추의 회전 안정성, 호흡이 동시에 작동해야 한다. 즉 이 도구는 신경계가 중력과 관성을 지속적으로 읽고 보정하도록 요구한다. 무게가 숫자로 고정된 바벨이 예측의 변수를 제거한다면, 등 뒤로 회전하는 곤봉은 매 순간 미세한 보정을 요구한다. 이 과정에서 활성화되는 고유수용감각이 이 운동의 핵심적 효용이다.
말라 푸라나 — 가장 오래된 신체 훈련 매뉴얼
아카라에서 행해지는 모든 고대운동을 통칭해 ‘말라-유다(Malla-yuddha)’라 한다.
말라 푸라나가 분류한 말라-유다의 갈래.
아카라의 전통은 구전으로만 전승된 것이 아니다. 산스크리트 텍스트 〈말라 푸라나(Mallapurāṇa)〉는 ‘말라(레슬링·전투)’와 ‘푸라나(오래된 이야기)’의 합성어로, 신성한 도래 설화부터 전사의 등급·체질 분류, 경기장 정화 의례, 식이, 타격술, 결투 규범에 이르기까지 18개 장에 걸쳐 말라-유다를 기술한다. 이는 문학 작품을 제외하면 고대운동을 상세히 기록한 가장 오래된 텍스트이자 사실상 세계 최초의 신체 훈련 매뉴얼이다. 이 텍스트는 구자라트 모데라(Modhera)를 기원으로 하는 전문 전사 집단 제슈티말라(Jyeṣṭhimalla, Jethi) — ‘가장 뛰어난 레슬러’를 뜻하며 ‘무기로 살아가는 브라만(Ayudhajivi Brahmana)’으로 분류되던 사제·전사 계급 — 의 카스트 푸라나(가문 경전)로, 크리슈나·발라라마 신앙과 깊이 결합되어 있다. 성립 시기는 흔히 13세기경으로 알려져 있으나, 본문에 스며든 크리슈나 신애 운동(푸슈티마르가)의 흔적과 현존 최고(最古) 필사본의 필사 연도(서기 1674~75년) 등을 근거로 15세기 이후로 보는 견해도 있다. 학계 표준 교정본은 산데사라와 메타가 1964년 펴낸 바로다 판본이다.
제10장은 신체 훈련을 16가지 슈라마(Śrama)로 열거한다 — 랑가스라마(레슬링), 스탐바스라마(기둥), 슈바사프레레니카(지구력 달리기·줄넘기), 구루·라구 고니타카(중량 돌), 프라마다(곤봉), 쿤다카르샤니카(맨몸 회전 운동), 잘라스라마(수영), 파라나로하나(계단 오르기) 등이 그것이다. 이 가운데 오늘날 아카라 수련의 핵심을 이루는 여섯 갈래를 간추리면 다음과 같다.
쿠스티 — 실제 레슬링과 기술. 본래 테이크다운·그라운드·타격을 포괄했으나 현재는 스포츠화된 레슬링만 남았다.
가다·조리 — 철퇴·곤봉 스윙. 필자의 주력 영역이며, 현재 바라나시 일대에서 가장 활발하다.
루말리·날·섬톨라 — 손잡이를 깎은 돌과 인디언 덤벨 계열의 부하 운동.
말라캄 — 기둥 체조. 현대 폴 댄스·기계체조의 연원.
단드·베타크 — 맨몸 운동. 입문기에 수년간 이것만 반복하여 리듬을 익힌다.
실전 전술·전략의 토론. 현대 아카라에서는 소실되었다.
이 분류의 핵심은 레슬링·도구 운동·체조·맨몸 운동을 별개의 ‘종목’이 아니라 하나의 체계(말라-유다) 안의 갈래로 묶는다는 데 있다. 도구 운동은 독립한 활동이 아니라 레슬러를 양성하는 통합 교육 과정의 일부였다. 비슷한 시기 찰루키아 왕 소메스바라 3세의 〈마나솔라사〉(1124~1138)에도 말라-유다가 언급되어, 이 전통의 문헌적 연원이 상당히 깊음을 보여 준다.
철퇴의 범문화적 분포
5세기 간다라의 가다(로마 국립 동양미술관, No. 3956/3).
고대 이집트 나르메르 파렛트 — 왕이 메이스를 들고 있다.
철퇴는 인도·페르시아에 국한된 도구가 아니라 다수의 문화권에서 발견되는 유물이다. 고대 이집트의 나르메르 파렛트에는 메이스를 든 왕이 새겨져 있으며 석재 메이스 유물도 출토된다. 한국 역시 철퇴와 씨름, 들돌 들기의 전통을 보유한다. 페르시아의 주르카네에서는 ‘밀(meel)’이라는 나무 곤봉을 사용한다. 명칭과 신화는 상이하지만, 어깨 뒤로 무게를 회전시켜 신경계를 동원하는 동작의 골격은 문화권을 가로질러 유사하게 나타난다.
이러한 유사성은 인종·민족·문화의 경계를 넘어 인류가 동일한 중력과 동일한 골격 구조를 공유한다는 사실에서 비롯한다. 도구를 휘두르는 동작과 씨름, 돌 들기는 그 공통 조건 위에서 시대와 지역을 달리해 거듭 출현한 신체문화의 흔적으로 해석될 수 있다.
전통의 부침 — 왕의 후원에서 식민지의 탄압까지
오늘날 우리가 보는 스포츠화된 레슬링은 이 전통의 가장 바깥층일 뿐이다. 〈말라 푸라나〉가 기록하는 더 오래된 층위는 타격과 관절기, 무기를 아우르는 완전 접촉 격투(말라-유다·바즈라무스티)였다. 이 기예는 왕의 후원 아래 번성했다. 14~17세기 남인도 비자야나가라 제국에서는 다사라(나바라트리) 축제 기간에 왕과 귀족 앞에서 경기가 성대하게 열렸고, 우승한 전사에게는 금과 은으로 제작된 하누만 가다(철퇴)와 막대한 포상이 주어졌다. 앞서 언급한 ‘은 가다 트로피’의 본래 무대가 바로 이곳이다.
그러나 19세기 영국 식민 통치기에 이 거칠고 피 흘리는 무장 격투는 ‘야만적 잔재’로 몰려 탄압과 법적 금지에 직면했고, 왕실 후원 체계가 무너지면서 제슈티말라 전사 가문은 군사적 신분을 잃고 농업·상업으로 흩어졌다. 독립 이후의 국가 스포츠 정책마저 올림픽식 매트 레슬링에 집중되자, 흙바닥 기반의 정통 쿠스티와 무장 격투는 주변부로 밀려났다. 1980년대 호주의 무예 연구가 존 윌(John Will) 등이 구자라트 바로다의 마지막 마스터들을 찾아 동작과 말라 푸라나 주해를 채록했을 때, 그 기예는 이미 소멸 직전이었다. 오늘날 마이소르 다사라 축제에서 둔탁한 안전 무기로 치러지는 ‘첫 피(First Blood)’ 시연이 그 신체문화의 끈질긴 잔영으로 남아 있다.
현장 연구 — 바라나시 아카라
필자는 2015년 이란의 주르카네와 인도 바라나시의 아카라를 차례로 방문해 현지에서 수련했으며, 이후 매년 현지 조사를 이어 왔다. 고대운동 영상을 촬영한 아카라만 추려도 40여 곳에 이른다. 아래는 2015년과 2019년 인도 원정 기록 영상이다.
2015 소마앤바디 인도원정대.
2019 소마앤바디 인도원정대.
필자, 바라나시 현장
바라나시 가다 컴피티션 출전
바라나시 아카라 현장
바라나시에서는 가다·조리만을 분리해 겨루는 가다 컴피티션이 개최되며, 필자는 이 대회에 출전해 입상한 바 있다. 이러한 현장 경험이 본 자료의 일차적 근거를 이룬다.
메이스벨 자료를 조사하던 초기에 주요 참고가 된 저작은 마르커스 퀴자스의 〈Hanuman Power〉(2016)다. 저자는 가다·조리·단드·베타크를 현대적 관점에서 정리한 수련자로, 2015년 인도 현지에서 필자와 직접 교류한 동료이며, 그 인연으로 필자의 사진이 해당 저서에 수록되기도 했다.
조셉 알터 교수. 인도 무수리에서 나고 자라 UC 버클리에서 인류학 박사를 받았다. (사진: University of Pittsburgh)
본 자료가 일차 문헌으로 삼은 알터 교수와는 2021년 서신을 교환한 바 있다. 그의 저작이 본 연구의 출발점이 되었다는 취지의 서신에 대해, 알터는 함께 참고할 만한 연구자들과 영국 더럼대학의 스포츠·인류학 프로그램을 안내하는 답신을 보내왔다. 알터는 인도 무수리(Mussoorie)에서 성장해 힌디어에 능통했으며, 이는 그의 심층적 현장 연구를 가능하게 한 배경으로 알려져 있다.
결론과 가설
앞서 유보한 ‘하체 공격 금기’의 문제로 돌아간다. 원숭이는 손가락 비율과 손바닥 관절 구조상 가다와 같은 도구를 안정적으로 휘두르기 어렵다. 이를 전제하면, 원숭이 신 하누만이 가다를 부여받아 신성과 인격을 획득하는 신화는, 인류의 조상이 그러한 도구를 쥔 사건을 ‘인간으로의 전환점’으로 형상화한 서사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또한 생식과 번성을 보호하는 ‘하체 불가격’ 율법이 가다를 든 결투에 부착된 사실은, 철퇴가 인류의 생존·번성과 결부된 상징적 도구였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이는 실증된 결론이 아니라 후속 검증이 필요한 해석 가설로 제시한다.
철퇴는 외형상 가장 단순한 도구이지만, 그 하나를 따라가면 흙, 신화, 문헌, 그리고 한 문화가 인간의 몸을 이해해 온 방식 전반이 드러난다. 무기가 수련 도구로 전환되고 파괴의 동작이 자기 형성의 동작으로 역전되는 지점을 분석하는 일 — 이것이 운동을 인류학적으로 독해하는 출발점이다.
참고문헌
Alter, Joseph S. (2005). “Empowering Yourself: Sport, Sexuality and Autoeroticism in North Indian Jori Swinging.”
Sandesara, B. J. & Mehta, R. N. (eds.) (1964). Mallapurāṇa: A Rare Sanskrit Text on Indian Wrestling especially as practised by the Jyeṣṭhimallas. Gaekwad’s Oriental Series 144. Baroda: Oriental Institute.
Someśvara III. Mānasollāsa (1124–1138).
Quijas, Marcus (2016). Hanuman Power: A Modern Guide to the Ancient Strength Traditions of India.
Vālmīki, Rāmāyaṇa; Vyāsa, Mahābhārata.
방덕(김주현). 「EP4. 라마야나·마하바라타」, 「EP.5 말라 푸라나」 [고대운동 이야기], blog.somaandbody.com (2022); 「고대운동 이야기」(집필 중) 인도 편; 바라나시 아카라 40여 곳 현장 기록(20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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