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운동이란 무엇인가? 01

나는 2012년부터 2015년 사이, 다양한 운동 문화를 경험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어떤 본질을, 무언가 오랜 세월 농익어온 과실. 최소한 나에게는 유효한 어떤 약재, 아니면 매력적인 향신료를 수집하듯 찾아다녔던 것 같다. 이란의 주르카네에서 페르시안밀을 돌렸고, 인도의 아카라에서 흙바닥 위에서 메이스벨을 돌리고, 러시아에서 케틀벨 스포츠 전지 훈련을 소화하고, 소마틱스와 바디워크를 공부하고, 펠든크라이스 메소드 프랙티셔너 과정을 이수하면서, 어느덧 내가 지금 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이걸 궁극적으로 왜 하는지에 대해 끊임없는 의문을 가졌다.

아직도 나는 내가 이 모든 것을 왜 하고 있는지 정확하게 모른다. 영화 매트릭스 리로디드에서 네오는 오라클에게 묻는다. 당신이 이미 모든 걸 알고 있다면 내 선택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오라클은 말한다. “넌 선택을 하러 온 게 아니야. 이미 선택은 했어. 넌 네가 왜 그 선택을 했는지 이해하러 온 거야.” 어쩌면 나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이 일을 할지 말지의 선택은 이미 오래전에 끝났다. 다만 왜 이 선택을 했는지를, 평생 찾아헤맬지도 모르겠다.


이름이 없었다.

“전통 운동”이라고 하면 씨름이나 택견이 떠오른다. “민속 운동”이라고 하면 박물관 냄새가 난다. “고대 운동”이라고 해도 마찬가지다. 띄어쓰기 하나가 만드는 차이가 생각보다 크다. “고대 운동”은 그냥 “옛날에 했던 운동”이라는 뜻이다. 고대 그리스의 레슬링도 고대 운동이고, 로마 검투사의 훈련도 고대 운동이다. 범위가 너무 넓어서 아무것도 가리키지 못한다.

그래서 나는 붙여 썼다. 고대운동. 그리고 한겨레 신문 2024년 9월 ‘현대인의 고대운동’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고대운동’으로 명확하게 기재됐다.

https://www.hani.co.kr/arti/specialsection/esc_section/1157269.html?utm_source=copy&utm_medium=copy&utm_campaign=btn_share&utm_content=20260325

이 차이가 뭔지 한번 생각해보자. “빨간 모자”라고 하면 빨간색인 모자 전부를 가리킨다. 아무 모자나. 하지만 “빨간모자”라고 붙여 쓰면 동화 속 그 캐릭터 딱 한 명이 떠오른다. “현대 무용”이라고 쓰면 요즘 시대에 추는 춤 전반을 말하지만, “현대무용”이라고 붙여 쓰면 특정한 무용 장르의 이름이 된다.

언어학에서는 이걸 복합어화(compounding)라고 부른다. 두 단어가 합쳐져서 하나의 새로운 단어가 되는 현상이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의미 특수화(semantic specialization)가 일어난다. “옛날에 했던 운동 전부”라는 넓은 뜻이, 특정한 운동 전통들만을 가리키는 좁은 뜻으로 변하는 것이다. 나는 이런 용어들을 나중에 알게 됐지만, 되돌아보면 내가 한 것은 정확히 이것이었다. 흩어져 있던 운동 전통들을 하나의 범주로 묶고, 그 범주에 ‘고대운동’이라는 이름을 부여한 것. 언어학 용어로 말하면, 나는 ‘고대운동’이라는 범주명을 조어(coinage)한 것이다.


고대운동이라는 범주 안에는 무엇이 있는가?

주르카네(Zurkhaneh). 페르시아에서 수천 년간 이어져 온 영웅의 훈련 체계다. 페르시안밀, 상, 카바데 같은 고유한 도구들을 사용하며 리듬과 의례 속에서 몸을 단련한다.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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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에서 주르카네를 처음 방문했을 때의 충격은 지금도 생생하다. 마치 박물관처럼 수십 개의 액자가 사방에 붙어 있는 원형의 운동 공간에서, 모쉐드라 불리는 연주자의 북 소리에 맞추어 다 함께 리듬에 맞춰 운동을 한다. 운동 전후로는 운동 공간을 둘러싸고 있는 위쪽 공간에서 홍차를 마시며 담소를 나눈다. 운동을 통해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연결감. 나는 그것을 거기서 처음 느꼈다.

아카라(Akhara). 인도 전통 레슬링 훈련장이자 수련 공동체다. 흙바닥 위에서의 조리, 가다 같은 도구 훈련, 그리고 엄격한 생활 규율이 하나의 체계를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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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소마앤바디 인도 원정대 중, 바라나시에 위치한 아카라 사원

갠지스 강이 흐르는 바라나시에는 아카라로 불리는 힘의 사원이 있다. 그곳의 수행가들은 힘의 신 하누만을 모시고, 메이스벨 수련을 한다. 한번은 소마앤바디 원정대로 함께 갔던 여성분이 있었는데, 평소 힘의집에서 메이스벨 수련을 해왔던 터라 꽤 중량감 있는 메이스벨을 별 무리 없이 돌렸다. 거기 있는 사람들이 깜짝 놀라했다. 인도인을 제외하고 외국인이 돌리는 것만으로도 충격적인데, 여성이 돌리는 건 상상 이상의 사건이었던 것 같다. 고대운동이 단지 과거의 유물이 아니라 지금도 살아서 작동하는 훈련이라는 것을, 그 장면이 보여주었다.

케틀벨(Kettlebell). 도구적 기원은 페르시아다. 주르카네에서 사용하는 도구들과 뿌리를 공유하면서, 러시아와 동유럽으로 건너가 스포츠로 발전했다. 정해진 시간 내에 정해진 동작을 최대한 반복하는 지구력 기반의 훈련이다. 러시아에서 전지 훈련을 소화하면서 배운 것은, 이 운동이 단순한 근력 훈련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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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틀벨 스포츠에는 주기화라는 과학적 훈련 설계가 있고, 그 안에서 몸은 스윙의 리듬을 통해 효율과 인내를 동시에 배운다. 주르카네와 같은 뿌리에서 나온 도구가, 다른 대륙에서 다른 형태로 진화한 것이다.


이것들을 하나로 묶는 실: 진자와 리듬

이 셋은 서로 다른 대륙에서 태어났지만, 공통점이 있다. 수백 년 이상 실전에서 검증된 훈련법이라는 것. 단순히 근력이나 체력만이 아니라 정신적 수양과 공동체적 가치를 함께 담고 있다는 것. 현대 피트니스 산업이 만들어낸 것이 아니라 문화와 전통 속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되었다는 것.

하지만 이 세 가지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태극권도, 요가도 이 조건을 충족한다. 그렇다면 고대운동만의 것은 무엇인가?

진자운동 패턴이다.

페르시안밀이 어깨를 축으로 호를 그리며 돌아간다. 메이스벨이 머리 위에서 원을 그리며 내려온다. 케틀벨이 다리 사이에서 앞으로 솟구쳤다가 다시 돌아온다. 이 움직임들을 가만히 보면, 전부 진자의 궤적을 그리고 있다. 무게가 중력에 의해 떨어지고, 그 떨어지는 힘을 타고 다시 올라가는 왕복. 이것이 반복되면 리듬이 생긴다.

사람은 리듬을 갖고 있다. 그런데 리듬 없이 살아간다. 고대운동은 그 리듬을 되찾게 해주는 운동이다. 주르카네에서는 북 소리에 맞추어 온 몸이 하나의 리듬으로 움직인다. 케틀벨 스포츠에서는 10분이라는 시간 안에서 호흡과 스윙이 하나의 파동이 된다. 리드미컬한 스윙 감각 속에서 몰입이 일어나고, 그 몰입의 형태로 움직임이 체화된다.

현대 피트니스의 대부분은 직선적이다. 들어올리고, 내려놓고, 밀고, 당기고. 시작점과 끝점이 있다. 하지만 고대운동은 원형적이다. 시작과 끝이 하나로 이어져 있고, 그 순환 안에서 리듬이 만들어진다. 이 리듬이야말로 주르카네, 아카라, 케틀벨을 하나의 범주로 묶는 진짜 실이다.

왜 이 이름이 필요했는가

현대 피트니스에는 이름이 있다. 크로스핏, 필라테스, 요가, 칼리스테닉스. 각각의 이름이 하나의 장르를 대표하고, 그 이름 아래 커뮤니티가 형성되고, 산업이 만들어진다.현대 피트니스에는 이름이 있다. 크로스핏, 필라테스, 요가, 칼리스테닉스. 각각의 이름이 하나의 장르를 대표하고, 그 이름 아래 커뮤니티가 형성되고, 산업이 만들어진다.

그런데 주르카네를 하는 사람, 아카라에서 훈련하는 사람, 케틀벨을 하는 사람은 각자 고립되어 있었다. 서로의 존재를 모르거나, 알아도 연결될 언어가 없었다. “나는 고대운동을 한다”라고 말할 수 있게 되면, 이 사람들이 하나의 이름 아래 모일 수 있다.

이름은 단순한 레이블이 아니다. 이름이 생기면 정체성이 생기고, 정체성이 생기면 커뮤니티가 생기고, 커뮤니티가 생기면 문화가 된다.

힘의집, 고대운동이 살아 숨 쉬는 공간

소마앤바디에서 ‘고대운동’이라는 개념이 시작됐다면, 힘의집은 그 개념이 물리적으로 구현된 공간이다. 서울 신촌에 위치한 힘의집은 주한 이란 대사관 공인 주르카네 센터이자, 서울시 공인 의료관광 협력기관이다.

이곳에서는 주르카네의 페르시안밀이 돌아가고, 케틀벨 스포츠의 주기화 훈련이 진행되고, 아카라의 원리가 프로그램에 녹아든다. 고대운동은 책 속의 개념이 아니라 매일 땀 흘리며 실천하는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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